U대회 유감
전 세계의 이목이
대구에 집중되고 있다. 좋은 의미에서도 그렇고 또 반대의 의미로도 그렇다. 지난해 열렸던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북한이 이번 대구U대회에도
극적으로 참가하게 되자 세계의 언론은 또 한번 남과 북이 경기장에서 그려내는 아름다운 장면들, 함께 단일기를 흔들면서 응원하거나 같은 경기에서
상대선수로 만나 페어플레이를 하고 끝난 후에는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들을 담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리고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그런
장면들은 충분히 연출됐다. 그런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우익단체 회원들과 북한 기자단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U대회장에서
남과 북의 이념 충돌’, 세계의 이목을 잡아 끌 멋진 기사거리었다.
예의에 어긋난 우익단체의 행동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북한의 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북한 선수단은 어엿한 우리의 손님이다. 손님을 초청한 다음 앞에다 대고 비난을
하는 것은 백 번 양보해도 무례한 일이었다.
혹시 오해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북한 기자단을 두둔하는 것은 절대 아님을 밝혀 둔다. 기자는 기사로 말해야 한다. 그렇게 충동적인
싸움을 벌인 것은 기자로서 적절한 행동이 아니었다.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 항의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소재의 경중을 따지자면 역시 집회를 주도한 단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집회의 순수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집회를 연 장소는 미디어센터 앞 광장이었다. 이 건물 3층에는 북한 기자단이 상주하고 있었다.
이들 우익단체는 ‘북한 응원단 편향 보도를 중지할 것’, ‘핵무기 폐기, 미사일 수출 중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아에 허덕이는
듯 몰골이 앙상한 아이의 사진 등을 내보이며 북한 정권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에 북한 기자들이 흥분을 한 것이다.
우익단체들은 전 세계에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자 외신 기자들이 많은 미디어센터 앞을 집회 장소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시 그 자리에는
국내 기자들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U대회는 정치논리가 낄 자리가 아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대학생들의 평화 축제가 열리는 대구는 이념의 이전투구 현장으로 변해버렸다. 외신들은 이를 앞다퉈 보도했다. 우익단체들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 언론들은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CNN, NHK 등 외신들은 사건을 흡족하게 보도해 주었다.” 그러나 그건 우익단체들의
오해다. 우리 언론이 그들의 생각처럼 적극적으로 보도를 하지 않았다면 북한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니라 기사화하기에 부끄러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이 일 이후에도 우익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다시 열고, 대회장 주변에서는 확성기로 ‘멸공통일’, ‘북한선수 돌아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북한 선수단을 계속 자극하고 사건을 확대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선수단이 ‘철수’ 카드를 내놓는 것은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북한의 주장이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들이 설령
동포가 아니라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적국이라손 치더라도 U대회 기간에는 참가국의 일원이다. 그렇다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마땅하다.
U대회는 정치적인 논리가 끼여들 만한 자리가 아니다.
shkang@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