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골드만삭스 지상고발!
치고 빠지기식 ‘벌처펀드’의 전형…금융계도 ‘흔들’,
반미감정마저 조성…진로 100만명 서명 2심 재판부 제출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회장 존 체임버스)가 한국기업의 숨통을
조였다 풀었다하면서 제 멋대로 뒤흔들고 있다.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국내에서 차지하는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골드만삭스가
국내 주식과 채권을 대거 매수한 후 주주와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국내시장의 정서와 맞지 않는 행각을 벌여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행보에 국내여론이 외국자본 유입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국민은행
주식매각 관련, ‘도덕적 해이’비난
지난 5일 골드만삭스는 갑자기 국민은행 지분 5.14% 중 3.96%(1,300만주)를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팔아넘겼다. 주당 매각 가격이
35.78달러(한화 4만2,000원)로 같은 날 한국증시의 종가인 4만3,350원보다 7% 정도 싸고 뉴욕증시의 해외 주식예탁증서(ADR)
종가 36달러보다는 0.6%가 낮은 값이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한 지분매각으로 보기에는 의심쩍은 데가 많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미국
시간) 뉴욕증시에서 국민은행 ADR을 대거 매각하기 6일전(8월 28일) 국민은행에 대한 매수 추천 보고서를 내 놨다. 보고서에서 국민은행에
대한 투자의견을‘시장수익률’에서‘시장상회’로 올렸고 내년 1분기부터 이익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은행을 유망투자 종목리스트인
아시아·태평양 투자리스트(CIL)에 편입시키고 12개월 목표가를 종전 3만1,000원에서 5만6,700원으로 83%나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국민은행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어 그동안 국민은행에 대한 보고서를 자제해 왔으나 당시 이례적으로 매수추천 보고서를 작성했던
것이다. 보고서가 나간 뒤 국민은행의 주가는 나흘간 15% 가까운 5,000여원이나 올랐고, 미국 시장에서 ADR 가격도 13% 상승했다.
그러나 4일 장외거래를 통해 1,300만주를 매각하면서 ADR은 35.99달러로 8.26% 급락했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1월 전환사채(CB)를 국민은행 ADR로 전환해 취득할 당시 주당 가격이 2만2,124원이고 지난해 말에 받은 주당
1,000원의 배당소득까지 감안하면, 골드만삭스는 이번에 2,746억2,000여만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은행 주식 매각 결정은 이번이 세 번째다. 골드만삭스는 1999년 옛 국민은행에 5억달러를 투자한 뒤, 지난해 6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1,447만주를 6억9,500만달러에 매각했다. 이로써 골드만삭스는 투자한 지 4년만에 이미 국민은행에 투자한 원금의 두 배가 넘는 11억6,000만달러를
회수했다. 게다가 아직 갖고 있는 국민은행 ADR 380만주(1.2%)도 조만간 매각할 것으로 알려져 차익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가 국민은행 주식으로 대규모로 매각하기에 앞서 국민은행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대거 상향조정한데 대해, 국내 증권가에서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란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국내외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골드만삭스가
매수추천 의견을 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챙겼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관계자도 “최근 외국투자자의
주식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들의 보고서와 매매 행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골드만삭스가 이를 이용해 매매했다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금융감독원 규정상 매수보고서를 발표한 후 24시간 이후에 매매하는 것은 문제삼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시장과 정서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들이다.
교보생명
주식인수 추진
국민은행의 주식매입으로 시세차익을 챙길만큼 챙긴 골드만삭스의 다음 ‘타겟’은 ‘교보생명’이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교보생명 지분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문제는 또 터무니없는 ‘싼값’에 인수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지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 444만주(24%)를 총1억7,000만달러(약2,0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이 경우 주당 가격은 4만5,000원이다. 이는 장외 시장에서 형성된 교보생명 주가(14만~15만원)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가격이다.
대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순자산가치는 5~6만원선. 여기에 미래수익가치 및 경영권프리미엄 등이 얹혀져 주가가 결정된다. 주당가치를
4만5,000원으로 본다면, 교보생명은 앞으로 계속 적자를 보는 미래수익가치가 마이너스인 회사란 뜻이 된다.
이에 대해 대우인터내셔널은 물론, 교보생명조차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교보생명 지분에 대해 2,560억원의 장부가를
매겨두고 있다. 하지만 협상의 여지는 아직 남아 있어서 골드만삭스의 교보생명 주식 인수는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FT는 협상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달 안에 양측간 지분 양수도에 대한 합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올해 안으로 최종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아직 주당 가격 등 구체적인 의사를 전달하진 않았지만 골드만삭스는 이달말 주식 인수 의향서를 제출할 예정이고, 대우인터내셔널 경영진에도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대우인터내셔널도 가격만 맞는다면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골드만삭스가 교보생명의 2대주주가 될 가능성은 높다.
교보생명은 지난 1.4분기(4~6월)중 보험료 1조9,197억원,순이익 1,94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6월말 현재 총자산 규모는 30조2,161억원이다.
신창재 회장 및 우호지분이 전체의 65%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대우인터내셔널과 김우중씨가 각각 24%, 1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대우인터내셔널
지분은 캠코측이 인수, 관리하고 있다. FT는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골드만삭스는 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신창재 회장의 뒤를 이어
교보생명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며 “골드만삭스가 교보생명의 이사회 자리를 얻으려 할 것”이라는 내용도 보도했다.
보도대로 교보생명 지분이 매각된다면, 교보생명은 물론 상장논의가 활발한 삼성생명 주가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의 진의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교보생명 주가를 4만원으로 평가하는 것은 국내 주식을 너무 저평가하는 것”이라며 “만약 4만원
선에서 매각가격이 형성된다면 삼성생명 주가도 현재 30만원 수준에서 절반 이상으로 하락할 것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의 취약한 부분을 공략해 막대한 차익을 노리려는 골드만삭스측의 행태는 국내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캠코(KAMCO.자산관리공사)의 의뢰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의 매각주간사를 맡아 실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스스로
매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계는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골드만삭스가 인수가격으로
주당 4만5,000원을 제시한 것으로 보도된 것은 가격을 후려치기 위한 “언론 플레이”라는 의혹도 사고 있다. 실사를 맡았던 기관이 이런
가격을 제시할 경우 그 이상을 제시할 다른 매수자를 찾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로에
고발당해 2심 재판 중
골드만삭스는 지난번 진로 채권을 보유한 후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해 1심에서 진로의 법정관리를 관철시켰고 현재 2심 진행 중에 있다.
채권자로서의 막대한 지위를 행사해 한국 기업의 운명도 좌지우지한 셈이다.
당시 국내기업과 채권단은 진로가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아 법정관리를 실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를 주축으로 한 외국계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규모는 30%선에 달해 국내 채권단만으로 법정관리를 반대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국내 채권단 관계자는 “진로의 경우 브랜드가치나 재무상태를 볼 때 법정관리를 실시하지 않고도 충분히 회생이 가능한 기업이었다”며 “국내
기업에 대한 인식차가 국내 채권단과 해외 채권단 사이에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라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진로 임직원 1,668명이 진로의 구조조정 자문을 하면서 빼낸 기업 비밀정보를 이용해 진로의 국내외 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며 골드만삭스 그룹 아시아지역 책임자 필립 머피씨 등 관계자 8명과 화의 절차를 대리한 법률사무소‘김&장’의
김영무(金永珷)·이재후 변호사 등 2명을 업무상 배임, 사기,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진로는 고발장에서 “골드만삭스는 지난 1997년 초 부도 후 화의신청 중에 있던 진로에 대해 경영 및 부채 구조조정 자문을 해주겠다며 2년간의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했으나 자산관리공사로부터 진로 부실채권 일부를 헐값에 사들이고 1998~2000년 진로 홍콩법인에 대한 변동금리부채권을
집중적으로 대량 매집했다”고 밝혔다.
현재 ‘진로’건과 관련, 골드만삭스는 서울지검 조사부에서 활발하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고소인과 참고인이 진술중이다. 진로의 회생을 위해
지난 7월 진로 노동조합원 100여명은 시민 100만여명의 서명을 받은 ‘법정관리 반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진로는 “비밀유지계약을 어기고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기업 사냥에 나선”이라며 “골드만 삭스의 이같은 행위는 이윤추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벌처펀드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가 한국시장에서 취한 일련의 행적들로 인해 그동안 우호적이던 한·미간의 관계에서
반미감정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골드만삭스와 국민은행 골드만삭스 (Goldman Sachs) |
홍경희 기자 khhong04@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