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조국을 등지는가?
홈쇼핑 이민상품 대박이은 이민 박람회도 성황
우리
사회에 또 다시 이민 열풍이 불고 있다. 한 방송 쇼핑몰에서 이민상품이 연일 ‘대박’을 터트리면서 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이
열풍은 지난 9월6일부터 이틀동안 열린 이민 박람회로 이어졌다.
홈쇼핑 이민상품 ‘우울한 대박’
지난 8월28일 캐나다 이민상품 판매 방송에서 방송 80분 만에 983명이 신청해 170억 여원의 이민 상품을 팔아 화제를 모았던 현대홈쇼핑이
9월4일에는 무려 2,935명을 상대로 530여 억원의 이민 상품을 판매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쇼핑 사상 최대 판매실적이라고 하니, 그
열기를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이민상품은 독립이민(620만원), 기술교육이민(2800만원), 비즈니스 이민(850만원) 등 3가지. 고졸 이상 학력자를
대상으로 현지 영어교육, 전문기술 교육 후 이민 자격을 주는 기술교육이민에 전체 신청자의 68.9%가 몰렸다. 또한 이민 상품을 주문한
고객은 20대 10.87%, 30대 49.61%, 40대 31.65%, 50대 6.5 8%, 60대 1.29% 등으로 나타났다.
현대홈쇼핑은 이민 상담상품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이번에는 먼저 상담 신청을 받고 이민전문 컨설턴트와의 개별 상담을 거쳐 정식 주문을 받기로
했다. 또 추석 연휴가 끝나는 대로 3차 답사팀을 현지로 보내 그곳의 교육 문화 등 생활 전반에 대한 상황을 보다 면밀히 분석,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묻지마’식 이민 열기를 다소나마 식힌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민의 실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신중히 선택해 줄 것을 당부했지만
방송 시작 20분만에 1000명을 넘어서는 등 상담 신청이 폭주했다”면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전화상담원 수를 100명에서 3배 이상 늘렸지만
밀려드는 전화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민 박람회도 ‘인산인해’
한편, 9월6일부터 이틀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제6회 해외이주, 이민 박람회’에도 1만5천 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9개국 50여개 업체가 참가해 100개가 넘는 부스를 만들어 놓고 이민상담을 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국전람 측은 “올해 행사의 특징으로 △3월에 열린 박람회와 비교해 50% 이상 참가자가 급증했다는 것과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 중 30-40대가 주류를 이뤘다”는 것이다.
30,40대 사회 불신이 이민열풍 불러
실제 이민으로 얼마나 연결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연간 1만 가구의 이민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1주 일새 관련 상담 상품 구매 희망자가
4000 명에 육박한다는 것은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팽배돼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경기침체와 취업 난, 공교육비의 10배를 웃도는 사교육비 등의 부담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는 이민 열풍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회 각 부문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쳐야 할 30, 40대들이 이 땅을 떠나기 위해 대거 이민 상품을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자신을 37세 회사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민열풍’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강남영어와
강북영어로 나뉘는 우리 사회 교육문화와(강남권 학생들의 영어발음은 본토와 비슷하고, 강북권의 발음은 그렇지 못한데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들썩이는 강남 집값. 이 두가지 현실만으로도 우리사회 대다수의 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에 휩싸여 괴로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또 정치는, 남남 갈등, 남북갈등은 어떠한가?”라며 글을 맺었다.
이 같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탈한국적 이민열풍에 대해 조대엽 박사(사회학)는 “정치, 경제, 교육 등 사회 문제에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들의
이른바 ‘회피적 저항’ 양상을 띄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외화와 인력유출은 물론 심화됐을 때 국가 경쟁력의 상실을 가져 올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취재 이범수 기자 / 사진 나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