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프랑스 등 서유럽 곳곳 폭우로 홍수
도로 끊기고 전화·인터넷도 안돼 정확한 피해 규모 불분명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독일과 벨기에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가 격류로 변하면서 승용차들이 휩쓸리고 주택이 붕괴되는 등 15일(현지시간)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지고 수십명이 실종됐다. 영국 BBC는 사망자 수가 최소 67명이며, 9명이 벨기에에서 숨졌을 뿐 나머지 58명은 독일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독일과 벨기에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와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 곳곳을 덮친 폭풍으로 강과 저수지의 제방들이 무너지고 포화 상태의 토양이 더 이상 물을 흡수하지 못해 순식간에 홍수가 발생했다.
미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분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아직도 정확한 피해 규모를 모른다. 하지만 많을 것"이라며 홍수 피해 규모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이어 "아직 실종 상태인 사람들을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당국은 최소 3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라인란트팔츠주에서도 최소 28명이 사망했다. 벨기에 언론은 최소 9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독일 슐트 마을에서는 주택 몇 채가 무너지고, 수십명이 행방불명됐다.
도로와 전화, 인터넷이 끊기고 정전이 되면서 구조작업도 지연되고 있다. 일부 마을들은 오래된 벽돌과 목조 가옥들이 갑자기 밀려드는 물을 견디지 못하면서 돌무더기로 변했고, 좁은 길을 통해 쏟아져 나오면서 종종 나무와 다른 파편들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
슐트에 살고 있는 부모를 돕기 위해 달려온 칼 하인츠 그림은 "작은 아르강의 물살이 이렇게 사나운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오늘 밤 모든 것이 미친 짓 같다"고 말했다.
지붕 위로 대피했던 수십명이 보트와 헬리콥터로 구조됐다. 군인 수백명이 구조 작업에 투입됐다.
라인란트팔츠주의 말루 드라이어 지사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됐고, 아직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많다. 이런 재앙은 본 적이 없다.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벨기에에서는 벨기에에서는 베스드레강 제방이 무너져 거센 물살이 리에주 인근 페핀스터를 휩쓸어 몇몇 건물들이 파괴됐다. 또 작은 배가 전복돼 노인 3명이 실종됐다.
벨기에 남부와 동부의 주요 고속도로들이 침수됐고, 철도청은 모든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인구 20만명인 리에주에서는 뫼즈 강이 범람, 시장이 뫼즈강 인근 주민들에게 더 높은 지대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그녀는 "벨기에,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의 엄청난 홍수 피해자들과 집을 잃은 사람들의 가족과 함께 하겠다. EU는 도울 준비가 돼 있다"라고 트위터에 밝혔다.
홍수와 산사태로 많은 마을들이 단절돼 통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전체 피해 규모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SNS 동영상에는 차들이 거리에 떠다니고 집들이 일부 무너지는 장면이 담겼다.
많은 사망자들은 홍수가 빠지기 시작한 후에야 발견됐다. 경찰은 쾰른, 카멘, 부퍼탈에서 지하실이 침수된 후 별도의 사고로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댐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쾰른 남부 라인-지크 카운티 역시 댐 붕괴 우려 속에 슈타인바흐탈 저수지 인근 몇몇 마을들에 철수 명령을 내렸다.
한편 올 가을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을 아르민 라셰트는 이례적으로 심한 폭풍과 더위가 기후 변화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적들은 라셰트가 석탄 산업을 지원하고 풍력 발전 확대를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슈테판 람스토르프는 폭우가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인 결과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지구온난화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뜻한 공기는 수증기를 더 많이 흡수, 결국 더 많은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