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한 것은 내 의지와는 뒤틀려 있다”
김두관 행자부 장관 사퇴 이미 결심 한 듯, 총선 출마 숨기지 않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거취를 놓고 정치권에 격랑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적어도 국정감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해임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 비난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 탄핵까지도 거론하고 있다.
이 와중에 당사자인 김 장관은 추석 후 모든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사퇴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의 꿈은 당초 내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러니 하게도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국회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퇴하든,
않든 노 대통령에겐 시련
김두관 장관은 9월7일 오전 SBS ‘염재호의 시사진단’ 프로그램에 출연, “추석 때 고향에 내려가 지역분권을 위해 일하는 동지와 선배들을
만나 어떻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면서 “추석 이후 적어도 9월 안에는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애초에 총선의 꿈을 접고 행자부 장관을 한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뒤틀려 있다”고 말했다. 고향에서 총선에 출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올 1월 노 대통령 당선자가 ‘정치개혁 참여도 중요하지만 정부에서 정부혁신 등을 하는데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해
어쩔 수 없이 입각했다는 것.
그는 내년 총선 출마와 관계된 부분도 “이번 추석 때 고향에서 자문을 구할 생각”이라면서 굳이 총선에 출마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김
장관은 총선에 출마할 경우 개혁신당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개혁신당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라면서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정책으로 승부하는 개혁정당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은 지난 9월3일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해임건의안이 찬성 150표 대 반대 7표로 가결된 후 한나라당을 맹비난하며 사퇴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현재 어쨌든 사퇴의 뜻은 표면적으로는 접었다.
이에 대해 그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치적 구속력은 있다고 고민해 사퇴할까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소신있게 일하는 다른 장관들에게
제2, 제3의 해임건의안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물러날 수는 없었다”고 사퇴의사 번복 이유를 설명했다.
김 장관은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는 계속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이유가 계속 바뀌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처음에
한나라당은 한총련의 주한미군 훈련장 기습시위와 대구·경북 한나라당 지부의 현판을 한총련이 뗀 일 등 2가지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그 후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6개월 중간평가의 측면도 있다고 이유를 내세웠다. 이에 김 장관은 “해임건의안의 초점이 바뀌는
것을 보며 명분도 뜻도 많이 희석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촌놈이고 만만하니까 나를 고른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섭섭함이 들었지만, 지금은 지방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장 통장 등의 작은 희망이었는데
그게 꺾이는구나 싶어 섭섭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9월7일 오전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7개월 동안 국정을 해온 김 장관이 국감을 받는 게
원칙 아니냐”면서 오는 9월22일부터 10월11일까지 이어지는 국감 이전에 김 장관 해임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명확히 했다.
김 두관 장관이 추석 후 어떤 결심을 할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사퇴를 하든 아니면 그렇지 않든 노 대통령에게는 시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퇴를 하게 되면 한나라당과 전면전도 불사할 뜻으로 해임 거부 입장을 밝혔는데 모양새가 안 좋아진다. 반대로 사퇴를 하지 않으면 탄핵까지
검토하겠다는 한나라당의 반발을 온몸으로 받아내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