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과 파격 사이
‘홀아비 아빠의 딸 키우기’와 ‘밑바닥에서 인생의 의미 찾기’라는 관습적 모티브가 결합한 ‘저지걸’의 스토리 라인은 평범해 보인다. 주인공의 미래는 별다른 복선 없이도 쉽게 예측된다. 딸은 불행에 빠진 아버지에게 감동을 줄 것이고, 인생은 BMW보다 사랑으로 풍만해진다는 교훈을 주인공이 깨닫는 순간 영화는 끝날 것이다.
‘저지걸’도 비슷한 길을 간다. 하지만 다르다. ‘저지걸’은 아빠와 딸의 로맨틱 코미디이기 이전에 ‘클럭스’ ‘몰래츠’ ‘체이싱 아미’ ‘도그마’ 등으로 인디영화계의 악동으로 소문난 케빈 스미스 영화다. 상투적 장르와 괴짜 천재의 만남이다. 그 때문에 ‘저지걸’은 가족영화로서도 예외적이고 케빈 스미스 영화로서도 예외적이다.
케빈 스미스 사단이라 불리는 익숙한 배우 외에 리브 타일러와 제이슨 빅스, 라켈 카스트로 등이 출연했고 자신의 영화를 패러디하면서 정신없이 겹쳐지던 특유의 스타일도 자제했다. 영화는 대체로 관습의 길을 따라 진행된다.
하지만, ‘악동’의 개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캐릭터, 뒤통수를 치는 대사, 은근한 풍자, 재기 발랄한 유머는 ‘역시 케빈 스미스’를 연발하게 한다. 이런 식이다. 비디오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마야 하딩(리브 타일러)은 남성의 성생활을 연구중이라면서 에로 비디오 테잎을 빌리는 올리를 ‘협박’해 성생활에 대해 질문한다. 7년째 독수공방한다는 올리의 고백을 듣고는 ‘당장 섹스하자’고 올리를 설득하기까지 한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이 이렇다. 딸도 못지 않다. 남자친구와 서로의 바지를 까보이며 호기심을 해결하던 딸은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게 더 커?’
가족 뮤지컬 대회에서 딸이 부르겠다고 우겨댄 뮤지컬은 사람을 죽여 파이를 만드는 이발사 이야기 ‘스위니 토드’다. 사람의 목을 베며 천연덕스럽게 ‘진짜 죽였네’를 노래하는 이 엽기적인 뮤지컬은 아빠와 딸이 사랑을 확인하고 올리가 진정한 인생의 가치를 깨닫는 감동적인 순간에 펼쳐진다.
진보적인 가족영화
영화는 일상과 판타지, 관습과 파격을 오가며 절묘한 균형을 맞춘다. 바로 이 균형 감각으로 인해 ‘저지걸’은 케빈 스미스를 처음 만나는 관객에게도 편안함을 주며, 로맨틱 드라마의 ‘질서’를 선호하는 부류와 경멸하는 부류 모두에게 만족을 준다. 물론 케빈 스미스 마니아에게 실망을 주기도 한다.
연기력이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7살 말괄량이 딸을 맡은 라켈 카스트로. 홀아비 아빠의 딸 키우기 드라마가 그렇듯, 라켈은 큰 눈에 개구쟁이 같은 입 매무새를 가진 깜찍한 꼬마 천사다. 하지만 단지 천진한 외모만으로 관객에게 어필하는 수준을 넘어 이 당돌한 소녀 배우는 쟁쟁한 헐리우드 스타들과 연기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벤 애플렉은 케빈 스미스 작품에 5번째 출연했다.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이기도 해서 감독은 초고를 쓴 당시부터 벤 에플렉을 염두에 두고 올리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영화 촬영 중간에 결별했지만 벤과 연인이었던 제니퍼 로페즈는 거티의 엄마 거티루드 역을 맡았다. 하지만 초반에 죽기 때문에 비중이 적다. 주인공 올리와 비디오 아르바이트 생 마야의 사랑도 주변적으로 처리된다. 이 영화는 전적으로 딸과 아버지의 로맨스인 것이다.
케빈 스미스 사단에 속하는 맷 데이먼이 까메오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윌 스미스의 깜짝 출연도 보너스. ‘아메리칸 파이’의 제이슨 빅스의 또 다른 면모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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