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소재를 독창적인 스타일로 해석해 주목받아온 젊은 미술가 김희조(32) 씨.
최근 작품 경향이 한층 화려해진 김씨의 미술 세계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4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플라자갤러리에서 한 달간 열리는 개인전이 그것. 이번 전시는 김씨의 첫 개인전이자 한전 플라자 기획공모전으로 작가의 10년간 작품 활동 성과를 집약했다. 김씨의 작업실을 방문해 전시에 소개될 대표작과 신작을 중심으로 작가의 예술관을 엿보았다.
“인간은 다면적 존재다”
차세대 판화작가로 유명한 김씨의 근래 신작은 모노톤의 단조로운 판화에서 벗어나 다색 동판화와 독창적인 회화 등 보다 풍부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씨는 “블랙 계통을 주로 사용하다보니 색상에 대한 내면 욕구가 억압돼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인팅은 욕구에 대한 분출작업이었던 셈이다.
김씨의 미술 세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인물화의 점철이다. “난해하고 사조에 치우치는 그림보다 인간적이고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 사연을 담고 있는 듯한 그림 속 인물들을 바라보면 일기장을 읽는 것처럼 작가의 내면이 섬세하게 전달된다. 동시에 관객은 자기 내면의 오감을 묘하게 자극 받는다. 김씨 그림의 인물들은 작가와 관람객 모두에게 자화상이 된다. 소통인 것이다.
일상과 개인, 감정에 대한 천착은 김씨 작품에 다면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작가는 다면성을 대상과 세계의 본질로 이해한다. “인간은 누구나 이중적 존재다. 나 역시 그렇다. 내 그림이 다변적인 것은 어느 곳에 한정되고 싶지 않은 나의 고집스런 습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생존의 고독을 그린 ‘dinner’의 인물은 중성적이다.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만…’은 광대의 속성이 그렇듯, 희극과 비극이 공존한다. 가벼운 일러스트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cleaning’은 해학적이면서도 음울하다.
만화적 상상력과 심오한 리얼리티의 사이
편안함과 불편함, 우울함과 쾌활함, 단순함과 복잡함, 나약함과 강인함 등 상반된 이미지가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아이러니는 김씨 작품의 가장 돋보이는 매력. 작가의 세계관은 만화적 상상력과 심오한 리얼리티, 그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김씨는 “난해한 미술은 하고 싶지 않다. 대중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하지만 볼수록 깊은 의미를 끌어낼 수 있는 그림이 내가 추구하는 경향이다”고 말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화려하고 장식적인 화풍이다. 정서의 결도 여성적인 편이다. 그래서 김씨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페미니스트라는 개념으로 가두는 것은 거부한다. 단지 내가 여자이다 보니 여성적 감성과 취향을 반영하게 되는 것 같다”는 것이 김씨의 대답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역동성, 규정을 거부하고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는 젊음의 속성은 예술의 본질과 닮았다. 김씨는 생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미술가로서는 더더욱 젊다. 그래서 앞으로 펼쳐질 무궁무진한 반전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씨는 “작품 경향이 어떻게 변해갈지 나 자신도 궁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