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중국사 편입 논란은 애국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끓어오르는 감정에 비해 지식은 적었다. 중국과 북한은 유네스코에 어떤 유적을 신청했는지, 그 유적들이 도대체 어디에 위치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대중에게 가까이 있지 않았다. 사실 고구려를 한민족의 역사로 믿어 의심치 않는 대다수의 한민족은 고구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고구려연구회의 ‘세계유산 고구려 특별전’은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고구려를 둘러싼 논쟁과 역사를 보다 체계적이고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6월 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앞두고 동북공정과 고구려의 실상을 대중에게 쉽게 전하고 문화적인 에너지를 집중시키자는 취지다.
유적은 역사를 담은 타임캡슐
고구려 유적 사진 90점 정도로 이루어진 ‘세계유산 고구려 특별전’은 대부분 서길수 회장의 수차례 걸친 현지 답사 성과물이다. 오녀산성 3호 주거지, 초소터, 국내성 북벽과 서벽 등 2003년도 대대적인 발굴결과를 보여주는 최신 사진을 비롯, 방탄유리에 갇힌 광개토태왕비 등 일반에게 처음 공개되는 사진이 상당수다. 중국과 북한의 세계유산 신청 리스트 또한 처음으로 완벽하게 공개된다. 이 리스트를 정확하게 파악해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나 단체는 고구려연구회가 유일하다.
고구려에 대한 애정과 땀이 묻어나는 사진들은 중국의 고구려사 자국사 편입 프로젝트 과정이 생생히 담겨 있다. 무엇보다 고구려의 광대함과 우수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서 회장의 표현을 빌리면 유적은 역사를 담은 타임캡슐이다. 그동안 막연히 생각했던 고구려의 이미지가 살아나면서 ‘상상, 그 이상의 고구려’를 만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초등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게 쉬운 설명을 곁들인 점이 돋보인다. 교과서 등에 표기된 어려운 명칭도 보다 대중적이고 실용적인 용어로 고쳤다. 예를들면 쌍영총은 쌍기둥무덤, 무영총은 춤무덤이라는 식이다. 서 회장은 “대중에게 쉽게 알리려는 노력 없이 어려운 용어를 붙이는 것은 학자들의 사보타지다”고 비판했다. 잘못된 용어도 수정해 광개토대왕을 광개토태왕으로, 장군총을 장수왕릉으로, 주몽은 추모, 졸본은 홀본으로 바꿨다.
“중국과 붙어도 자신 있다”
전시 끝머리에는 앞으로 추가 신청해야 할 고구려 유적 사진을 소개했다. “북한과 중국의 세계유산 등록 신청 결과를 비교해보면 고구려 유적의 대부분이 중국 땅에 있고, 북한에는 일부 무덤떼만 남이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북한이 국제적 감각이 떨어지고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인데 앞으로 추가해야할 고구려 유적이 많다. 현재 북과 연계가 어렵지만 앞으로 남한이 도와서 적극적으로 고구려 유적을 세계유산에 추가 등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주년을 맞은 고구려연구회는 학술논문집 17집에 234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창립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해마다 국제학술대회를 여는 등 상당한 연구성과를 자랑한다. 서 교수는 “순수한 연구 성과는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앞서있다. 중국과 붙어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서울랜드 제1전시실에서 10월30일까지 열린다.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여유있게 사진을 보는 것이 관람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