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말뚝이 납시오∼!
풍자와 해학의 압축판, ‘한국시사만화작가 초대전’
한국시사만화를
대표하는 ‘고바우’(국방일보) 김성환 화백과 ‘나대로 선생’(동아일보) 이홍우 화백 등 총 20명의 시사만화작가들이 남북관계를 주제로 카툰을
전시한다. 10월12일까지 서울애니메이션센터 1층 전시실에서 개최되는 ‘한국시사만화작가 초대전’이 바로 그것. 이번 전시에는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작품들과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친 대표작, 캐릭터화 등 총 176점이 전시된다. 현대만화의 근간이 되는 시사만화를
재조명하고 사회의 이슈와 오늘의 시대상을 만화라는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표현하는지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시사만화가들이 바라보는 남북관계
시사만화는 양반의 무능력을 비판하고 그들을 조롱, 웃음거리로 만들던 봉산탈춤의 말뚝이를 닮았다. 권력자의 부정한 행태를 고발하고,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때로는 위트있게 때로는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비꼬기와 풍자를 통해 말뚝이가 관중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했듯 시사만화도 독자에게
통쾌함을 안겨준다. 그러나 통쾌한 웃음의 끝자락에는 언제나 씁쓸함이 배어난다.
이번 전시의 테마인 남북관계에 대해 작가들은 최근 사건이었기 때문인지 U대회에 관해 많은 의견을 피력했다. 인공기 소각 사건에 대한 북한의
유감표명과 남한의 사과, “장군님 사진을 비맞히다니”하며 울부짖는 미녀응원단, 사과할 것을 압박하는 북한의 모습 등이 작가의 개성따라 재치있게
표현됐다.
특히 U대회 ‘유행어’라 할 수 있는 ‘사과’를 이용한 카툰이 눈에 띈다. 세계일보 유기송 화백은 남한의 사과에 따라 오락가락하던 북한의
참가결정을 얄밉게 조롱하는 선수와 진땀 흘리는 심판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에 대해 광주일보 ‘나원참’ 김종두 화백은 그림을 통해 “대구의
명물 사과자랑도 아니고…. 원.”하면서 혀를 찬다.
반면, 한국일보 ‘조삿갓’ 조태호 화백은 조금 다른 각도로 접근했다. 남한은 인공기 소각에 대해, 북한은 그동안 잘못했던 것에 대해 누군
잘하고 누군 못하고가 아닌 서로 정중히 고개 숙여 사과하는, ‘희망’의 바람을 그림에 담았다.
‘아리송’한
현실 비아냥
김성환 화백은 분단된 조국의 상황을 안타까움으로 표현했다. 빨간저고리에 파란치마를 입은 소녀가 우는 듯 엎드려있고, 날름대는 뱀이 허리를
감싸고 있다. ‘아직도 안풀린 뱀허리띠’. 아직도 절단된 채 신음하는 남북의 모습이 서글픔으로 다가온다.
강원일보 김현철 화백은 한쪽에선 화해의 손을 잡고, 한쪽에선 북핵문제로 으르렁대는 아리송한 관계를 ‘알다가도 모를 일’로 해석했다. 금강산
육로관광을 즐기며 함박웃음을 짓는 남한과 핵문제로 ‘맞짱’ 뜨는 미국과 북한. 대결구도의 주체가 남한이 아닌 미국이라는 점이 정말 ‘아리송’하다.
내외경제 ‘뚜벅이’ 조대현 화백은 조각배에 불안하게 타고 있는 남북한 정상들과 이를 놀란 듯 혹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보는 미국·일본·중국
등 세계 각국의 대표들을 동화삽화처럼 그려냈다. 그림의 순수함과 달리 남한 대표만이 노젓고 있는 배는 언제 좌초될지 모를 불안감을 자아낸다.
그 외에도 ‘대추씨’(대한매일) 조기영 화백과 ‘독불장군’(조선일보) 이진한 화백은 ‘퍼주기 식’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홍우 화백은
금강산 관광에 대한 비야냥 섞인 논조를 풀어냈다. ‘토박이(서울경제신문) 박상기 화백은 화해와 평화, 군축의 싹이 터 통일이 이뤄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내기도 했다.
민심
대변, 촌철살인의 힘!
남북관계를 표현한 카툰 외에 작가들의 대표작도 전시됐다. 이홍우 화백이 “만평은 기사만큼이나 영향력 있는 사회커뮤니케이션이며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로서 시대의 여러 모습들을 담아낸다”고 정의했듯 작품 곳곳에 ‘촌철살인’의 힘이 느껴진다.
특히 최근 민주당 신주류와 구주류간 남남갈등을 마치 TV오락프로인양 묘사하고, 싸움만을 일삼으면서도 세비는 꼬박꼬박 챙기는 국회의원들을
“참 좋은 직업”이라 비아냥대는 만화는 ‘울분 터지는’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서민들에겐 ‘Good Morning’, 정·관계 인사들에겐 ‘Good Money’였던 굿모닝시티 분양비리사건, NEIS 논쟁, 월드컵 후유증
등 그간 이슈가 됐던 쟁점들이 총 망라됐다.
한편, 이번 전시회는 관람객들의 적극적 참여를 꾀하기 위해 4칸 시사만화의 마지막 칸 말풍선을 비워놓고 관객이 직접 글을 쓰는 이벤트가
열리며, 남북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자료와 신문기사 등도 함께 전시된다. 시사만화를 일반인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