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증가율 '정부 7% vs 與 8%'
전 부처 요구 예산 593조2000억원으로 증가율 6.3%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재난지원금 지급 등 나랏돈을 두고 갈등을 지속하던 기획재정부와 여당 사이에 또다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내년 예산 편성 규모를 두고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는 탓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확장 재정'을 주문했기 때문에 이에 맞춘 대규모 예산 편성이 점쳐지지만 증가 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18일 기재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마련한 내년 예산안을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얼마 전에는 총지출 규모를 600조원 안팎으로 잡은 예산안 초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총지출 규모를 올해 본예산(558조원)에 비해 약 7.5% 증액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예산 600조원을 넘기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7% 중반의 증가율을 유지할 것이라는 말도 돈다. 이 경우에도 2020~2024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른 내년 총지출 증가율(5.7%)보다는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확장 재정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없다.
또한 기재부가 지난 5월까지 전 부처로부터 받은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 운용 계획 규모를 보면 총지출 규모는 593조2000억원으로 600조원 안쪽이다. 증가율은 6.3%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폭 증액도 가능하다.
하지만 당정 협의와 국회 검토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보다 액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백신 구매와 개발, 소상공인 지원, 저출산 대책 등에서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8% 이상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면 총지출 규모는 약 602조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일 열린 국회 간담회에서 "올해 예산이 작년 대비 8.9% 늘어났는데 내년 예산도 그런 큰 흐름에서 확장 재정을 기본 기조로 편성하는 중"이라고 발언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여당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예산 편성인 데다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여당은 국민 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국회는 소득하위 88%의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원금을 주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여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밀어붙였지만 마지막에는 '잘 버는 사람에게 지원금을 주지 말고 꼭 필요한 곳에 쓰자'는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된 논쟁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전 국민 지원금 지급에) 기재부가 반대하면서 88%만 됐다. 경기도가 12%를 보완하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라며 정부의 결정을 꼬집었다.
이에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원금 보편 지급에 대한 반대 의사를 돌려 말하면서 "기존에 결정된 사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슈퍼예산'에 대해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이를 근거로 예산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GDP의 60% 이하,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3% 이하로 관리하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법제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본예산은 2018년 7.1%를 시작으로 2019년 9.5%, 2020년 9.1%, 2021년 8.9%까지 꾸준히 늘었다. 4개년 증가율 평균치는 8.7%로 이전 정부 4개년(2014~2017년) 평균치(4.0%)의 2배를 넘는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이후 국가채무도 급격히 불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조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8.1%에서 43.9%로 뛰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현재 검토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