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돈은 적인가 동지인가
문화상업화에 대한 호의적 시각 ‘상업문화예찬’
시장경제는 음악과
문학, 그리고 미술의 성장을 장려하는가 아니면 위축시키는가?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책, ‘상업문화예찬’에서 경제학자이자 예술 애호가인
저자 타일러 코웬은 독자들에게 현대성에 관련된 문화의 상업화를 보다 호의적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더불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역동성이
지금까지 과소평가돼 왔다는 것과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다양한 예술적 시각이 공존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는 것을 주장한다.
돈이 있어야 예술활동도 가능
“제 말씀을 믿으세요. 제 유일한 목표는 그저 벌 수 있을 만큼 버는 거예요. 건강 다음으로 좋은 게 돈이라고 생각해요.”(모차르트) “전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는데 거기서 예술이 생겨났지요. 여러분이 제 말에 환멸을 느끼셔도 상관없습니다. 그게 사실이거든요.”(찰리
채플린)
돈을 좇는 예술가들을 우리는 진정한 예술가로 보지 않는다. 순수한 열정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된 예술에는 영혼이 담겨있지 않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위대한 예술가라고 의심치 않는 많은 예술가들이 실제로는 돈을 벌기 위해 예술을 했다. 일례로 폴 고갱은 높은
그림 가격을 받으려고 끊임없이 자신의 예술을 선전했다. 저자는 이러한 예술가들의 사생활을 들추며 시장과 부는 문화생산의 동반자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돈이 있어야 예술활동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베토벤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오직 돈을 벌기 위해 곡을 쓰는 음악의 고리대금업자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살려면 얼마간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
저자는 돈이 창조적인 자기표현을 추구하는 작가들을 타락시키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위대한 작품은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격렬한 욕망에서 배태되지
않으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부는 작가들이 창작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토양이 될 뿐이다.
시장 발달과 문화 다양성 비례
잘 발달한 시장은 문화의 다양성을 뒷받침한다. 소매점들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기본 전략으로 다양한 상품을 엄선해 매장에 내놓는다.
직접적인 이익이 없는 품목이라 해도 그 물건 때문에 상점에 들르는 사람이 있고, 그로 인해 폭넓고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해 내적인 창조성이 외부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록, 감정과 스타일의 표현 영역은 더욱 확대된다고 주장한다. 시장이
발달하면 예술가들은 후원자로부터 독립할 수 있고, 그러면 창조의 자유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문화비관주의자들의 잘못을 꼬집는다. 플라톤의 영향을 받은 도덕론자와 철학자들이 연극과 시가 타락을 조장한다고 비난했으며,
리스트나 파가니니를 비롯한 뛰어난 연주자들도 비난의 화살을 받았던 전례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비관주의자들은 새로운 예술장르를 매번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음란함과 정치적 반발, 도덕적 상대론을 부추긴다는 오명을 씌워 희생양으로 삼아왔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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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