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파워
하나로통신, 소액주주가 1대주주 꺾고 외자유치안 통과
지난달
21일 열린 하나로통신 임시주주총회에서 일대의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있었다. 소액주주들이 1대 주주인 LG그룹을 물리치고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킨 것. 좀처럼 뭉치기 힘든 소액주주 43%가 모여 18%를 확보한 1대 주주를 꺾은 것이다. 재벌 기업의 주총장에서 벌어진
소액주주운동이 이슈화된 적은 있으나 회사의 중요한 결정이 소액주주의 힘으로 뒤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로통신, 외자유치키로
이날 똘똘뭉친 소액주주들의 힘은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의 외자유치안 통과라는 결과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다. 지난 9월 9일 뉴브리지-AIG와
체결한 5억 달러 지분투자와 신디케이트론을 포함한 총 1조3,000억원의 외자유치(안)이 전체 주식수의 87.7%가 참석한 가운데, 참석주주의
약 75%가 찬성하여 최종 승인됐다. 이로써 지난 4월 신윤식 전 회장 퇴진으로부터 시작된 LG그룹과 하나로통신 간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졌다.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은 외자유치 계약 승인에 따라 지분 39.6%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하나로통신의 1대 주주로 부상하게 됐고 기존 1대주주였던
LG는 지분율이 18.03%에서 10.69%로 떨어지게 됐다. 하나로통신은 자금난을 해소하고 독자 생존의 길을 걷게 됐으며 하나로를 중심으로
통신사업을 재편하려는 LG그룹의 전략은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하나로통신은 이번 외자유치(안)의 가결로 인해 부채비율을 156%에서 110%대로 줄이고 단기차입금을 중장기차입금으로 전환함으로써 단기
유동성 해결 및 중장기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게 됐으며 기존 사업은 물론 신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통신산업 구조조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액주주 운동의 새 이정표 세워
하나로통신의 21일 주주총회 결과는 기존 외자유치 찬성 기관 지분인 20.6%의 배를 넘는 43% 가량의 찬성표가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십시일반 모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나로통신은 주주들의 위임장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위임장 모집을 위한 신고를 했으며, 무료 상담전화와
홈페이지를 개설한 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하나로 노조는 이달초부터 100주~2만주 사이의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위임장 유치활동을 벌였고,
그 결과 전체 발행 주식총수의 26%에 해당하는 우호지분을 확보해 이번 주총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나로통신 소액주주모임 대표인 육심혁씨는 “소액주주의 마음이 움직인 건 바로 LG와 하나로통신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LG는 1대
주주만을 위한 채 투명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 소액주주들의 반감을 샀으나 하나로통신 직원들은 헌신적으로 뛰어다닌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전체 주식의 87.7% 참석이라는 진기록을 남긴 하나로통신의 주주총회는 정상업무를 뒤로한 채 눈물의 호소로 소액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낸
하나로통신 임직원들의 결실로 평가되고 있다.
이른바 개미라 불리는 소액주주들이 주총에서 위임장 대리표결을 통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하나로통신
소액주주들이 이번 주총을 통해 소액주주운동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성과를 계기로 앞으로도 하나로통신을 우량 기업으로 키우는데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나로 통신측도 주주 홈페이지를
상설화하고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하나로통신의
소액주주들은 앞으로 이같은 제도를 회사가치를 높이는데 활용할 생각이다. 개미들의 움직임으로 일대의 혁신을 가져온 하나로통신의 주총이 다른
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홍경희 기자 khhong04@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