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버블 붕괴 위험
日 장기불황… 국내 재현 우려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일본의 버블이 붕괴된 1990년대 이후의 장기침체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일본의 장기불황은 1990년대 초 버블이 붕괴된
이후 2001년까지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0.8%에 불과한 저성장을 기록했다. 실업율 또한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2.5%대를
유지했으나, 2000년 이후에는 2배가량 높아진 5%를 넘어섰다. 1990년대 일본경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부분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의 붕괴다.
제1차 석유파동 이후 1980년대 후반까지 상승세를 유지했던 지가(地價)는 1990년 일본국토의 지가총액이 미국전체의 7배에 달하는 등
정점을 이뤘으나, 2001년 말 전국 평균지가가 1990년에 비해 40% 수준에 머물렀다. 1980년대 후반 4만엔 선까지 치솟았던 NIKKEI
평균지수도 2001년 말 8,500엔으로 80%가까지 떨어지는 등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의 퍼주기식 대출도 경제불황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진다.
국내경기 日 불황과 유사
국내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이전 5∼9.0%대를 유지하다가 1998년 사상 첫 6.7%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정부의 조기 구조조정을 통해 1999년 10.9% 2000년 9.3%로 회복되는 듯 했지만 2001년 3.0%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 6.3%를
나타냈는데 이는 월드컵 특수를 감안하면 저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경제성장률 또한 2%대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는 일본이 경기 장기침체기 초기인 1990년부터 실질 성장률이 불황기간 사이에 1∼2년간 반짝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 흡사하다.
일본은 지난 1990년 실질 성장률이 4.8%를 기록했고, 이듬해 4.1%를 보였다가 1992년부터 1995년까지 1.0∼1.5% 대로
낮아졌다. 비록 1996년 3.9%로 한시적인 회생 기미를 보였으나, 1998년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이어진 지난 1998년 2.9%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내년 성장률에 대한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비록 정부가 5%대를 희망하고 있지만
일본경제침체와 부동산 버블 붕괴가 서서히 고개를 들면서 이러한 성장을 기대하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 숙명여대 이영섭 부교수는 “일본과
우리는 경제규모의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현실로 볼 때 최소한 5%대의 경제성장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버블 깨지나
일본이 지난 1985년 이후 활기를 띄었던 금융·부동산시장이 심각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 1980년대 들어오면서 자본자유화를 시작한 일본은
일부금융규제를 완화했는데 결국 기업들이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던 부분을 직접금융시장과 국제금융시장을 통해 조달하면서 은행권의 기업대출
규모가 줄어들게 됐다.
은행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의 부동산 관련대출을 늘려 부동산시장 팽창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부동산 대출확대는 경기과열로 이어졌으나,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마루는 바람에 1985년부터 1990년까지 5년간 6대도시 지가가 200%
상승하는 사태를 맞이했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한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연평균 10%씩 가격이 떨어지면서 결국 1985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비록 원인은 다르지만 현재 국내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선 이 같은 문제에 심각하게
접근해야 될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전반적인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이뤘지만, 부채비율 200%는 그동안 은행권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던 기업으로선 새로운 자금수급이 필요하게 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은행권의 퍼주기식 가계대출에 일조를 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998년 이후 국내 지가는 1991년까지 수직상승했으나, 1993년과 1998년 두차례에 걸친 하락이후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줄을 이으면서 일단 상승국면은 잡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낮은 금리와 주식시장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 약발이 어느 정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원은 “일본의 버블붕괴 직전과 우리나라의 최근 상황은 여러모로 비슷하다”고 우려했다.
코스닥 버블붕괴 후 바닥 못 벗어
일본과 한국주가는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한 코스닥지수는 일본의 주가지수를 답습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1997년부터
불어닥친 구조조정으로 한보·기아를 비롯한 상당수의 기업들이 도산위기를 맞았고, 경기 경남 충청 등 지방은행이 문을 닫게됐다. 이로 인해
대규모 합병과 감원으로 이어져 정부가 국고를 털어 은행에 쏟아 붇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정부는 이 같은 경기침체를 회복하고, 고용확대를
위해 IT 중심의 벤쳐기업 육성정책을 내세웠다. 하지만 1999년 IT버블로 이어졌고 이듬해인 2000년 버블이 붕괴됐다. 이러한 벤처기업의
붕괴는 1999년 이후 코스닥주가에서 면밀히 드러난다. 1997년부터 1998년까지만 하더라도 60에서 130을 오갔던 코스닥지수가 정부의
벤처육성정책에 힙입어 2000년 3월10일 사상 최고치인 283.44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하반기 버블 거품이 빠지면서 12월26일 반토막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후 가치가 더욱 하락 할때 40선까지 무너지는 등 그야말로 버블 붕괴영향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코스닥을 대표하는
벤처지수의 거품이 빠지기는 매 한가지다. 지난 2000년 6월13일까지 상승곡선을 그려 마치 국내 경제회복의 새로운 장이 열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것이 최근에는 최고의 대비 13%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벤처정책 실패로 정부가 내건 두 번째 카드는 다름아닌 소비 늘리기였다.
이는 금융권이 기업대출 줄이기와 정부정책이 맞아떨어져 카드·가계대출 남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고용불안과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상황이어서 국민의 10%를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았다. 이는 일본이 1990년 수차례 걸친 폭락으로 4만엔대의 주가가 8,500까지
떨어진 것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의 붕괴는 해당 기업과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만, 개인파산은
국가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핵폭탄과 같은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총체적 경기침체 우려
실업과 인구고령화 문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는 그나마 종신고용제가 사라져 실업률 상승효과에 상당부분 반영됐으나, 우리는 3%대를 유지하면서도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4분기 현재 전체근로자 1,226만여명 가운데 안정적으로 고용된 상용근로자는 50%에 불과한 727만여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1989년부터 1997년까지 60% 이상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0%이상 줄어든 것이다. 인구 고령화문제 또한 경제재건에 걸림돌로
작용될 전망이다. 특히, 일본은 196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6.3%에 불과했던 것이 2000년 17.5%로 상승, 고령화 시작 36년만인
오는 2006년 2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급속한 고령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노동인구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지난 2000년 7.2%로 65세 이상 고령자가 첫 7%선을 돌파한데이어 오는 2010과 2026년에는 각각 14%와 20%벽을
넘을 전망으로 이는 일본보다 10년가까이 빠른 것이다. 금융권 조달금리인 콜금리 또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계속적으로 하락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999년 4.75%였던 콜금리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5.0%와 5.25%로 높였으나 2001년 들어 네차례에
걸쳐 4.0%까지 떨어뜨렸고, 올해도 두 차례 낮춰 3%대까지 밀렸다. 일본도 1991년 이후 지속적으로 내려가 1997년이후 1%대를
머물고 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