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게 행사해야 할 죽음의 권리
자살에 대한 지성인들의 해석과 조언 ‘어느 쓸쓸한 날의 선택, 자살’
자살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자살률이 교통사고사망률보다 높고, 매일 신문에서는 어느 지하철역에서 누가 투신자살을 했네, 누가 동반자살을 했네
등의 우울한 소식을 전한다. 이제 자살은 한계상황에 대처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고, 이것은 마치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데
자살은 왜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최고의 지성인들은 어떻게 해석했고, 정의했는지 그들의 철학을 모은 책이 발간됐다.
후회하지 않겠는가?
‘어느 쓸쓸한 날의 선택, 자살’은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 ‘자살, 그 달콤한 유혹’에서는 철학자들이 생각하는 자살의 의미가 담겨졌다.
생텍쥐페리는 자살을 또 다른 여행의 방법이라 표현하면서,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긋한 여유를 맛볼 수 있는 ‘싫지 않은 공포’라고
설명한다. 카뮈는 진정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자살뿐이라며,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것, 즉 철학의 근본적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자살은 위대한 작품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침묵 속에서 준비된다고 지적한다. 니체는 “나의 죽음, 자유로운
죽음, 즉 ‘내’가 바라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오는 죽음을 나는 그대들에게 권한다”고 외치며, 삶에 지쳐 방황하는 이들에게 “죽어야 할
때 죽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말의 이면에는 자유롭지만 그에 따른 책임이 있는 죽음의 권리를 보다 의미있게 행사하라는 충고가 담겨있다.
2부 ‘모순에서 피는 꽃’은 자살에 대한 무의미함과 죽는 것보다 결국은 사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주제를 포함한다. 특히 병마와 싸우며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일본 의사 이무라 가즈키요의 말을 빌려 자살충동이라는 인간만의 굴레 속에서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보길 권한다.
“아직 죽기는 싫고, 그러나 자신이 짊어진 무거운 짐에 짓눌려 죽는 방법 외엔 다른 도리가 없게 된 사람들, 몸을 던지기 전에 이것만을
꼭 한번 생각해 보길. 후회하지 않겠는가? 울고 있는 사람은 당신만이 아니다.”
궁극적 자기증오의 방편
마지막 3부 ‘자살의 방정식’에서는 정신과 의사들의 이론과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자살의 방법, 동기, 예방법 등에 대해 해부했다. 자살은
궁극적인 자기증오의 방편으로, 단순하고 충동적인 사건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매우 복잡한 행위라고 정의한다. 일례로 어릴 때 경험에 의해 정서성장의
억제로 사랑과 미움을 흡수할 적당한 외계의 대상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은 자살을 ‘성지 예루살렘에 가는’ 놀이와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즉,
자살의 원인을 외형상으로 드러나는 이유뿐 아니라 심리적 성장과정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책은 ‘자살 예방법’을 제안했다. 첫째.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 의사 등에게 전화해 도움을 청하라. 둘째, 혼자 있지 마라.
셋째, 장래 문제에 몰두하지 말고, 오늘을 위해 살아라. 넷째, 당신을 기쁘게 하는 것을 오늘 행하라. 다섯째,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라.
여섯째,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도움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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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