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토' 강한 일부 친문 지지층, 경선 중단 주장
이재명 지지층, "역전 물 건너 가자 불복론 고개, 민주당 재집권 걸림돌은 이낙연" 응수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공방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비토'가 강한 일부 친문 지지층에서 경선 중단 주장까지 나오면서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겠냐는 우려가 깊어지는 형국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진상규명이 미흡하거나 늦어지면, 여야 정당을 포함한 한국정치와 국가미래가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면서 대장동 사건 정부 합동수사본부 설치를 촉구했다.
기자들과 만나선 "수사에 대해서 국민들이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민주당이나 대한민국에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위기론'을 띄우며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에 의구심을 키우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설훈 캠프 공동선대위원장도 논평에서 "유동규가 이재명 후보의 측근 중의 측근, 심복이라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안다"고 지원사격을 했다.
이재명 지사 측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장동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병욱 직능 본부장은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라며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 모두가 당심을 수용하고 정권 재창출을 하는데 함께 일해주길 바란다"고 유감을 표했다.
양측 간의 날선 신경전이 가열되자 지지층들도 양쪽으로 나뉘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경선 중단을 요구하는 이 전 대표 지지층과 이에 반발하는 이 지사 지지층의 게시글이 80건 가량 올라왔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이 "이재명의 악재를 옹호하니까 당 지지율이 곤두박질 친다. 경선중단해라" "이재명 후보가 아무 연관이 없다는 게 밝혀질 때까지 경선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지사 지지층은 "민주당 재집권의 걸림돌은 이낙연" "회광반조, 마지막 발악을 하는구나"라고 응수하고 있다. 이런 갈등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당원 게시판은 이 지사 출당 온라인 투표를 할 정도로 반(反)이재명 친문 지지층의 활동이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 성향이 강한 이들은 앞서 무효표 산정 방식을 비롯해 오는 8일 예정됐던 마지막 경선 TV토론회 취소를 놓고 송영길 지도부를 맹성토한 바 있어,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경선 중단 요구로 표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더욱이 2차 슈퍼위크까지 거친 누적 득표율은 이 지사가 54.90%(54만5537표)로 여유있게 과반을 유지하는 반면, 이 전 대표는 34.33%(34만1076표)에 그쳤다. 양자간 표차도 20만표 넘게 벌어진 상황이어서 이 지사에 대한 역전은 물 건너갔다는 판단이 서자 경선 불복론이 또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다만 실제 경선 중단 등 극단적 상황까지 치달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5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렇지 않아도 당원들은 '다른 요구'도 하는 분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상황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결선투표로 가는 것이 옳겠다. 그나마 차선이겠다"라고 말했다.
후보 확정에 신중을 기하기 위한 결선투표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경선 중단 요구와는 거리를 둔 셈이다.
이낙연 캠프 핵심 관계자도 "경선 중단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끝까지 해야 한다"며 "극단적인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아버지 대부터 민주당을 지켜온 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