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돌파구 찾기 고심
10여년 벌어 1년만에 다 까먹어 …
“요즘 같아서는 살맛이 안 난다. 그렇다고
특별한 복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경기가 회복되기만을 기대할 뿐 별 도리가 없어 안타깝다” 여신금융협회 황명희 홍보팀장의 하소연이다.
카드사 11년간 헛 장사
국내 카드사들은 지난 1991년부터 2001년까지 11년간 벌어들인 수익을 지난해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모두 까먹고 말았다. 카드사가 1991∼2001년까지
총 흑자가 3조4,000여억원에 육박했는데 1년 반 동안에 무려 4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11년간 헛 장사를 한 셈이다.
이번 카드업계의 대규모 부실은 무차별 카드발급과 현금한도 축소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일부 카드사는
개인 현금서비스 금액이 1,000만원에 달했으나 지속적인 한도축소로 인해 최근에는 50만원 정도의 한도를 갖고 있는 회원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금융권 거래를 정상적으로 하고 연체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지 이들의 상환능력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국내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 대한 수익을 늘리기보다는 부업으로 속하는 현금대출에 대한 비중을
너무 높인 것도 문제점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다.
신용불량자 양산 기계 카드
국내 신용불량자 가운데 350만명 가운데 신용카드사와 관련된 불량자가 50%에 육박하고 있다. 또 젊은 연령층 대부분이 카드를 통해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9월말 신용불량자 현황에 따르면 350만1,987명 중 카드 불량자가 174만7,684명으로 전체의 49.9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나이가 어릴수록 등재되는 원인이 카드인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신용불량자 69만329명 가운데 무려 62.39%에
달하는 43만679명이 카드가 원인이었고, 30대도 57.45%(60만1,805명)였다. 하지만 40대의 경우는 175만8,340명의 40.60%(71만3,856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BC연체자의 경우 회원금융관들이 채권관리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아울러 대출을 갚기 위한 대환대출도 연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어 카드의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연체 가운데 일반대출에 비해 신용카드 연체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신용카드사와 합칠 경우
상당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자본금 늘려 연체율 낮추기 급급
LG카드는 오는 12월 증자를 통해 현재 자본금 3,700억원에 육박하는 3,367억원을 확보키로 했다. 전액 운영자금으로 활용될 이번
증자는 가맹점대금지급으로 700억원 현금서비스 667억원 CP 등의 차입금 상환용으로 2,00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LG카드 관계자는 “이번 증자는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는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증자를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할 계획으로 보여진다.
삼성카드도 올들어 2,000억원의 증자와 후순위 전환사채(CB) 8,000억원 발행으로 그나마 약 3조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며
연체율에 대한 위험을 애써 외면하고 있고 현대카드도 올 초 4,900억원의 증자와 7월 3,000억원에 달하는 후순위전환사채와 회사채 560억원을
발행 자금을 확보해 뒀다.
그나마 은행권에서 자금을 출현한 BC카드는 여유를 갖고 있다.
BC카드는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해당은행에서 채권관리를 하고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카드사가 책임을 지을 부분은 가맹점관리와
카드론 등 많지 않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3·4분기 수익이 82억원에 불과한 것은 은행들의 압박도 신경써야 할 처지다.
수수료 늘려 고객부담 가중
지난해 4월 이후 각 카드사들은 연체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각종 수수료를 높이고 있어 이는 자신의 부실을 국민들에게 떠넘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수료 인상은 카드사 부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지난해 말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은행계 카드사인 국민카드의 경우 2002년 4월 13.8∼23.7%였던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지난해 8월 0.2∼1.8%가량 낮췄으나,
올 1월 0.3% 인상했다. 여기에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이 돼야 할 할부수수료는 지난해 8월 0.5%가량 낮춘 이후 올 5월 0.17%
가량을 추가로 낮춰 신용판매 부분에 대한 적절한 조율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실이 커지면서 수수료가 높아진 부분은 그동안 카드사가 재미를 봐왔던 카드론 부분이다. 이자율이 기존 9.5∼18.5%였던 것을 지난해
1%가량 인상한데 이어 5월 8.5∼23.2%로 무려 4%가까이 추가로 높였다.
신한은행 계열사인 신한카드도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각각 0∼4.6% 3∼6.41%씩 인상 현금에 대한 비중을 더욱 높였다.
전업카드사의 횡포도 별반 차이가 없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4월 14.2∼23.8%에 불과했던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지난 4월 16.0∼27.5%로
무려 4%가량 인상했다. 카드론 또한 8.5∼19.0%에서 12.5∼23.2%로 최고 4.2%까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할부이용수수료는 최고 인상률이 2.8%에 불과해 수익에 대한 초점이 변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체이자율 또한 24%에서 25∼28%로
최고 4%가까이 늘리는 등 소비자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잘 되면 내 탓·안 되니 조상 탓
카드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수익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네 탓, 내 탓’을 외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연체금액이 많더라도 총 자산에 비해 비중이 낮아 계속적으로 카드를 발급했다”며 “기업이 수익을 쫓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국 카드남발은 수익확보에 눈 먼 나머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등한시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카드업계는 “카드산업이 크게 번창한 것은 불과 10여년 전의 일”이라며 “이번 집단 부실이 카드 발급뿐만 아니라 회원 자신도 신용도를 관리할
수 있는 계기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