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대한 반추 ‘이름없는 작은 책’
스페인 ‘어린이 및 청소년 문학상’ 수상, 책 완성 과정 의인화한 우화집
‘나는 왜 저 친구처럼 공부를 잘하지 못하지?’ ‘저 친구보다 노래를
잘할 수는 없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열등감과 불만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때로는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한 적도
있을지 모른다. 꼬마 이야기책도 지금 이런 고민에 빠져있다. 또래 다른 아이들은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고 심지어 멋진 그림도 그려져
있는데, 이야기책은 아직도 ‘옛날 옛적에…’와 ‘끝’, 이렇게 단 두 줄로만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호세 안토니오 미얀 지음/페리코 파스토르 그림/ 유혜경 옮김/ 큰나무/ 7,000원 |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어린 시절
이야기책의 엄마는 유명한 과학잡지고, 아빠는 시민법전 시리즈다. 늘 심각한 책들과 회의하느라 바쁜 그들은 이야기책이 자라지 않는 것이 최대
고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야기책은 백과사전에게 자신이 왜 자라지 않는지 물어보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그는 그 과정에서 예쁜책, 낡은책,
외국에서 들어온 책, 만화책, 복사본 등 다양한 책들을 만나고, 책벌레로부터 사전을 구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해답을 얻지 못하고 이야기책은
피곤해 골아 떨어진다. 그를 지켜본 할아버지책은 자는 손자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넌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뭐든지 될 수 있단다.”
어리기에 ‘옛날 옛적에’와 ‘끝’ 사이 그 빈 공간에 무엇이든 맘껏 채울 수 있듯, 우리도 어렸을 때는 수많은 인생들을 꿈꿀 수 있다.
‘탄생’과 ‘죽음’이라는 처음과 끝은 같지만 그 중간 인생살이에 대한 설계는 저마다 다양하다. 비록 그때는 이를 모르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조바심이 나지만, 어른이 된 후 후회와 아쉬움이 남지 않으려면 더 많은 경험과 고민을 통해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오래된 책의 한탄, 늙음의 비애
이야기책이 만난 다양한 책들은 우리네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아무도 찾지 않는 오래된 책은 늙는다는 것에 대한 비애를 느끼게 하고,
읽을 수조차 없게된 복사본이 아름다웠던 과거를 추억하며 숨어지내는 모습은 연민을 자아낸다.
한편, 교정 번역 편집 판매 구매 평론 저술 등 출판의 모든 분야를 섭렵한 저자 호세 안토니오 미얀은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재밌게 풀이했다.
책들은 사람처럼 밀리미터씩 센티미터씩 자라지 않고, 갑자기 16페이지씩 자란다고 하고, 책 맨 앞장에 있는 ⓒ표시를 어른이 되어 공부를
마치면 받는 수료증이라고 재치있게 표현한다. 1994년 스페인 ‘어린이 및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책으로, 어른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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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