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대장동 의혹'의 핵심 4인방 중 정영학 회계사만 검찰의 구속수사를 피해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정 회계사가 다른 인물보다 수익구조 설계 등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봤지만, 신병 확보에는 나서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번 수사의 토대가 된 '녹취파일'이 정 회계사에게서 나왔다는 점에서 구속수사를 피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물론 혐의가 분명해진 만큼, 검찰도 수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선 정 회계사를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전날 김씨와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에 대해 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씨 등 3명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막대한 개발 이익을 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입힌 것으로 본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15년께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화천대유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등 공모지침을 작성한 혐의 등으로 추가기소됐다.
또 화천대유가 더 많은 배점을 받아 사업의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도록 관여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불리하게 이익 분배구조 등을 설계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러한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에 김씨 등 대장동 의혹의 4인방도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정 회계사를 제외한 3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특히 검찰은 김씨 등 3명의 구속영장에 정 회계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정 회계사였다는 취지다.
이처럼 검찰이 정 회계사의 가담 정도를 무겁게 판단하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은 수사에 협조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 회계사는 수사 초반 김씨 등 다른 인사들이 대장동 사업의 수익구조나 로비 등을 논의한 대화가 담긴 녹취파일을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각종 증거물을 압수하고 관련자 진술을 확보해 퍼즐을 맞춰가는 중이다.
때문에 검찰로선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등 주요 인사들의 혐의를 입증해 재판에 넘기려면, 당분간 정 회계사의 협조가 필요한 셈이다.
다만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하고 관련자들을 기소할 때쯤이면 정 회계사도 처분을 피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 회계사도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의 공범이자, 화천대유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 회계사의 혐의를 계속 수사할 계획이며, 기소 대상에서 제외하진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계속 수사하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의 배임 등 혐의) 공범으로"라며 "이미 적시된 혐의가 있으면 형사처벌 대상에서 빠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