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진단
신용불량자 봇물 터질 듯
카드사, 무차별 현금서비스 감축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
증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카드사들이 고객 구조조정을 이유로 무차별한 한도액을 낮추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무차별 한도축소…회원 반발
카드사들은 고객 구조조정을 이유로 주 수입원인 무차별 현금서비스 감축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회원들이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의 각종 사이트에는 이러한 카드사의 현금이용 축소에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것.
시민단체 게시판에 글을 올린 임 모(37·회사원)씨는 IMF당시 남편의 퇴직으로 카드를 갖고 생활해오면서 돌려막기를 해오고 있었는데 최근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카드사들이 현금 한도를 제로로 만들어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 LG카드라는 아이디를 갖고 있는 시민은 10년간 카드를 사용해 왔다며 IMF이후 급전이 필요해 LG 카드의 현금서비스를 이용 단 한번의
연체도 없이 현재까지 사용했으나, 갑자기 현금서비스한도를 10분의1 수준으로 축소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았다고 항의했다. 이 시민은 “현금
서비스 축소하는 건 좋으나 그래도 고객이 납득 할 수 있을 정도여야지 갑자기 10% 미만으로 축소한다면 그건 죽으라는 이야기나 다름없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카드사측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개인신용관리가 최근 고객의 상환능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카드와의 합병으로 중복되는 고객 가운데 연체가 잦거나 신용도가 낮은 잠재부실 고객들을 연내로 대폭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 사전 부실요인을 막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돌려막기
회원, 신용불량자 등재 시간문제
전업 신용카드사들이 연체율 증가와 불량 회원의 카드이용을 막기 위해 올 들어 9개월간 현금서비스이용한도를 40% 이상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감독 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전업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한도는 58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101조원보다
무려 41.7%(42조1,000억원)가 줄었다.
이와 관련 카드업계 관계자는 “LG카드의 유동성 위기 과정에서 현금 서비스 대란 가능성이 제기되자 상당수 카드사들이 카드를 여러 장 갖고
있는 고객과 신용이 좋지 않은 회원들의 현금 서비스 한도를 줄이고 있어 감소 폭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카드는 LG카드를 갖고 있는 회원에 대해 현금서비스한도를 월 평균 이용액 수준으로 줄였고 신한 등 다른 카드사들도 복수의 카드로 돌려
막기를 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들의 한도를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실제 국민카드와 합병한 국민은행은 25일 현금서비스를 4곳 이상 받고 있는 신용카드 잠재부실 고객 30만∼50만명 대해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은행 BC카드사업본부와 국민카드의 중복회원 100만여명 가운데 현금서비스를
4곳 이상에서 받거나 연체가 한달 이상 지속되거나 상습연체 경력이 있고 신용등급(BSS)이 일정수준 이하로 낮은 다중채무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선 20일 우리카드는 현금서비스 기준을 대폭강화하고 신용등급이 낮거나 다중채무자, 일부 장기휴면회원 등 총 6만3,000명을 대상으로
현금서비스와 신용판매금액 등을 대폭 낮추거나 아예 없애버렸다.
결국 이들은 금융권에서 한도축소를 언제 하느냐에 따라 신용카드 등재여부가 결정 날 위기에 놓였다.
신용불량자 63% 카드가 원인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6월말 225만9,517명에 불과했던 신용불량자수가 10월말 359만6,168명으로 1년 반 새
59.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의 신용불량자 증가율은 지난달(2.62%)보다 0.07% 포인트 높아져 최근 들어 금융부실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줬다.
증가율은 공공정보가 9.21%로 가장 높았고 생명보험 7.33%, 새마을금고 4.56%, 외국은행 4.00%, 손해보험 3.82%, 회원조합
3.49%, 신용카드 3.29% 등의 순이었으나 카드론을 포함한 신용카드 관련이 6.19%로 증가세가 뚜렷했다.
지난 2001년말 전체 신용불량자 245만303명 가운데 신용카드 관련은 42.53%에 머물렀다. 하지만 카드 관련 개인부실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3·4분기 50%를 넘어선 이후 올 10월에는 신용불량자 10명 중 6명은 카드가 원인이었다. 증가율도 신용카드 관련 증가율이 전체평균
2.69%의 배가 넘는 6.19%(4만6,027명)으로 카드사의 등재건수는 많지 않았으나 타 금융기관에서 등록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여전히 카드로 인해 경제능력을 상실한 사람이 많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성별로는 30대 여성의 증가율이 4.46%로 가장 높았고 20대 여성(3.57%), 40대 이상 여성(3.13%) 순인 반면 남성의 증가율은
1.93~2.5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를 포함한 여성 신용불량자가 남성에 비해 높게 증가한 것은 남편이 신용불량자가 되면 부인 명의로 카드를 발급 받아 ‘신용불량 가족’으로
확대되는 최근 빈곤의 악순환 현상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가운데 100여만명이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돼 이로 인한 신용불량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현재 신용불량자가 350여만명이고, 돌려막기로 연명(?)하는 회원과 신규 등재자를 포함하면 최악의 경우 500여만명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