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
상투적인, 하지만 깔끔 유쾌한 코미디 ‘ 동해물과 백두산이 ’
유치하겠다. 백두장교 동해병사 북한 컴백 프로젝트를 표방하는 이 영화, 포스터나 예고편을 딱 봤을 때 일단 드는 생각이다. ‘휘파람
공주’ ‘남남북녀’ 등 북을 소재로 한 코미디가 저질의 늪을 헤매다 흥행전선에서 무참히 깨어진 기억이 있는 대중들은 ‘동해물과 백두산이’
또한 그 맥을 잇는 그렇고 그런 코미디일 거라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일단, 남한에 난파한 북한 장교와 병사가 북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스토리
라인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거기다 최근 ‘천년호’로 다소 아성이 무너지긴 했지만 흥행메이커 정준호가 등장한다. 그리고 결정타. 이
영화의 감독 안진우. 연출력을 인정받은 그의 데뷔작 ‘오버 더 레인보우’를 떠올린다면 최소한 이 영화가 민망한 코미디가 아닐 것이라는
추론에 이르게 된다.
저질
개그 피하고, 감정 과잉 조절해
폭풍을 만난 북한 장교와 병사. 파도에 떠밀려 기절했는데 눈을 떠보니 피서철 남한 동해안이라면?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일단 수영복 차림의 쭉쭉빵빵 미녀들에게 입이 딱 벌어질 것이며, 문화적 충격들은 산재해 있을 것이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경찰이 테드에게 추궁하는 장면을 기억하는지. 테드를 연쇄 살인범으로 아는 경찰이 “왜 그런 짓을
했어”라고 질문하자 히치하이킹을 문제삼은 줄 안 테드는 “심심해서”라고 대답해 웃음을 빚어낸다. 이처럼 ‘오해’는 코미디의 공식이다.
공중전화 카드를 화폐로 오인해 음식값 대신 지불한다거나, 대여용 모터보트를 북한까지 운송해줄 ‘구원자’로 생각하는 등 낯선 남한 문화에
대한 두 북한 군인들의 ‘나름대로’ 해석이나 당혹감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같은 상황에 다른 반응을 보이는 원칙주의자 최백두와 개방주의자
림동해의 캐릭터 대비 또한 재미있다.
욕설이나 사투리, 머리 때리기, 화장실 유머 등의 저질 개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의도적으로 피한 흔적이 역력하다. 가장 큰 미덕은
감상적으로 흐르기 쉬운 장면에서 감정을 제어해 강약조절에 성공했고, 자칫 오버할만한 설정에서 자제력을 보인 점이다.
진지함이 역으로 유머가 될 수 있는 정준호와 촐싹대는 에드립이 돋보이는 공형진의 장점을 적절하게 살린 것도 감독의 재능으로 보인다. 에피소드가
나열되는 상황에서도 스토리 전개의 핵심을 잃지 않는 비교적 탄탄한 구성과, 해수욕장에서 깡패가 대드는 여고생에게 내뱉는 “캐릭터 있네”
같은 재치 있는 대사도 코미디의 맛을 돋군다.
한국 코미디는 왜 페이소스가 드물까?
물론 ‘동해물과 백두산이’는 고급 코미디물은 아니다. 그렇고 그런 한국 코미디 중에서는 썩 탄탄히 만들어진 깔끔한 영화라는 평이 적합할
것이다. 최근 충무로의 지루하고 저질스러운 코미디들하고는 급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날카롭고 지적이거나 감독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영화는
아니다.
북을 소재로 한다면 페이소스가 잔뜩 깔린 코미디도 충분히 가능 할텐데, 남북관계를 배경으로 만든 코미디 중에는 왜 그런 작품이 별로 없는지
의문이다. 남북의 현실은 단순한 킬링타임용 코미디가 아닌데 말이다. ‘간첩 리철진’이 시도하긴 했지만 그 또한 깊이 있는 페이소스를 주기에는
미약했다.
어쨌든 ‘동해물과 백두산이’는 상투적 코미디라는 겉포장에 비해 안정된 연출 감각을 보여준다. 상업 영화의 공식을 적당히 유지하면서 이
만큼 매끄럽게 만들기도 사실 쉽지 않다. 공형진은 주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정준호는 역시 멜로보다 코미디가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어리숙한 형사 콤비로 등장한 박철과 박상욱은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김원희, 이재룡, 송해, 오지혜 등 카메오 군단의 맹활약도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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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