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급등장 후 조정기, 대구 미분양도 속출
충분한 신규 물량으로 공급이 수요 한참 웃돌아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세종은 몇 달째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향후 수 년 간 공급물량이 넘쳐나는 대구는 미분양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0.12% 내리며 전주(-0.10%)보다 하락폭을 키웠다. 5월17일(-0.10%) 올 들어 처음으로 하락세를 나타낸 후 반등 및 하락전환을 반복하다가 7월26일부터 현재까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단기간에 급등한 다음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신규 입주물량도 충분하다.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세종의 입주물량은 2019년 8738가구, 2020년 4287가구, 2021년 7668가구로 적정 수요인 1841가구를 웃돈다. 여기에 추가 공공택지도 개발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8월 3차 신규택지 공급계획에 세종시 연기면·조치원읍·연서면 일대를 포함시키며 약 2만 가구가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의 경우 15일 기준 80주 만에 하락전환하며 상승장을 끝냈다. 동구(-0.05%), 서구(-0.04%), 중구·남구(-0.03%) 등 대부분의 자치구에서 하락했고 수성구와 달성군은 보합세로 상승을 멈췄다.
대구지역도 올해 입주물량이 1만6284가구로 적정 수요인 1만1953가구를 넘어섰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몇 년간 이 지역에 아파트 공급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2022년엔 1만9604가구, 2023년엔 3만2503가구, 2024년엔 1만7356가구의 입주가 계획돼 있다.
이 때문에 미분양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모두 1만384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2000년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런데도 대구의 미분양은 2093가구 수준이다. 3월 153가구에서 2000가구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힐스테이트 앞산(남구), 힐스테이트 동인(중구), 용계역푸르지오아츠베르 (동구)등 대형 건설사가 공급한 선호 브랜드 단지도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부동산원 매매수급지수를 보더라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은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대구는 90.0으로 전국에서 수치가 가장 낮았고 세종이 97.4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장에서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급등한 세종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되면서 조정기가 온 것"이라며 "대구는 물량이 많다보니 분양 시장에서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고, 이것이 기존주택 거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방 집값이 먼저 조정을 받는 이유는 지역경제에 기반을 두지 않고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한계를 나타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