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많은 인기를 끌었던 SBS드라마 ‘올인’을 통해 라스베가스는 한국인에게 더욱 유명한 도시가 됐다. 과거 도박과 마약, 마피아조직
등의 어두운 이미지와 맞물려 ‘타락 도시’의 인상을 풍겼던 라스베가스는 이제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지 중 하나다.
허울뿐인 명분
라스베가스는 서부 캘리포니아주 바로 옆, 네바다 주에 포함돼 있어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관광, 레저, 도박을 즐기기 위해 라스베가스를 자주
찾는다.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은 캘리포니아에도 카지노 호텔을 만들려고 많은 애를 썼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카지노 건설을
허락해주지 않아 수포로 돌아갔고, 이에 투자자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다. 그 방안이 인디언들의 복지혜택을 전제로 미연방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내 인디언 보호구역에 카지노를 건설하는 것이다.
많은 인디언 카지노호텔이 들어섰고, 몇 달 전에는 라스베가스 수준의 호텔이 캘리포니아 수도 세크라멘토 지역에 건설되기도 했다. 개장한
지 근 한달 반 동안 그 지역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카지노 호텔은 호황을 이루고 있다. 성인이 된지 얼마 안된 학생들부터 나이 많은
어른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인종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카지노에 몰려든다.
주인이 내몰린 격
이런 인디언 카지노 호텔은 대부분 만18세 이상이면 입장이 허락되며 24시간 운영된다. 물론 이런 호텔들은 인디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정부에 많은 세금을 지불한다. 하지만 문제는 호텔 이용객의 대부분이 도박만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는 데 있다. 이것은 사행성을
부추기는 악영향을 낳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인디언 카지노를 라스베가스 투자회사에서 약 10년간 관리하기 때문에 계약기간동안 얻어지는 모든 수익이
투자회사에만 돌아가 정작 인디언들에게는 직접적인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인디언에게 제공되는 일자리도 수입이 많지 않은 허드렛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인디언들은 허울뿐인 명분 뒤에서 마땅한 대책과 방도 없이 투자자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카지노 사업 시작 전부터 여러 인디언부족들은 자신들 삶의 양식에 반하는 일이라며 카지노 호텔 건립을 거부했다. 하지만 카지노 사업은
성사됐고, 염려대로 인디언부족들은 사업에 대한 보람은 커녕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신념과 믿음을 지키고,
아량을 베풀고 있다. 연방정부에서 블랙힐에 사는 인디언 부족에게 땅값으로 1억달러를 지불하겠다고 했으나 인디언 부족은 이를 거부했다.
그들의 땅에 대한 관념,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신념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하지만 안쓰럽게도 인디언 구역내 카지노 호텔 건립을 통해 인디언들의 생활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땅 주인이었던 그들이
이제는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셈이다. 그들이 앞으로 자신들의 전통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근심스런 마음으로 주목해본다.
LA 통신원 이시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