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충무로는 맑음
상반기 한국영화… 다양한 소재, 중견 감독 신작 봇물
한국영화 시장 점유율 50% 시대에 진입했다. 2003년, 어렵고 암울했던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한국영화는 화려한 기록과 성과를 이루며
르네상스를 맞았다. 이 같은 호조를 타 올해도 많은 영화들이 ‘살인의 추억’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꿈꾸며 출사표를 준비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영화들을 살펴보면 2004년 충무로를 지배할 키워드가 뚜렷이 보인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계의 트렌드는 인터넷
소설, 로맨틱 코미디의 강세, 중견 영화인들의 약진, 소재의 다양화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인터넷 문화 스크린 공략
‘엽기적인 그녀’로 시작된 인터넷 소설의 ‘스크린 접수’는 작년에 이어 올해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내사랑 싸가지’를 필두로 고교생
작가 귀여니의 대표작품 ‘그 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등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인터넷 ‘얼짱’ 문화가 스크린으로 옮겨 온 영화 ‘그녀를 모르면 간첩’ 역시 인터넷 문화의 위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로맨틱은 나의 것
상반기에는 봄이라는 계절적 특성을 반영하듯 사랑스럽고 훈훈한 로맨틱 코미디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1월30일 개봉으로 첫 테이프를
끊는 ‘안녕 유에프오’를 시작으로 ‘그녀를 믿지 마세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인어공주’, ‘어린신부’ 등 다양한 로맨틱 코미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청춘은 아름답다!
고교생들의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는 신세대 트렌드의 청춘 영화들 역시 상반기 영화계의 한 특징. ‘늑대의 유혹’ ‘그놈은 멋있었다’ ‘내사랑
싸가지’를 비롯, 학창시절의 향수와 학창시절의 향수와 폭력적인 기억을 돌이켜 보는 ‘말죽거리 잔혹사’, 만세고 태권도부의 이야기를
그린 ‘돌려차기’ 등은 풋풋한 청춘의 기운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견의 힘
해마다 봇물처럼 등장하는 신인감독들의 물결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및 작가 감독들의 신작들을 만나 볼 수 있는 한해가 될듯하다.
‘쉬리’ 이후 긴 준비기간 끝에 마침내 6.25를 배경으로 한 전쟁대작 ‘태극기 휘날리며’를 제작한 강제규 감독, ‘취화선’으로 깐느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거머쥔 국민 감독 임권택의 ‘하류인생’,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홍상수, ‘텔미썸딩’ 이후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이는 장윤현 감독의 ‘썸’이 개봉 예정이다.
소재가 튀어야 산다
개성 있고 이색적인 소재와 이야기의 영화들도 다양하게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시골마을 4명의 노인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로맨스 ‘고독이
몸부림 칠 때’, 도시 무협이라는 이색장르를 표방한 ‘아라한 장풍대작전’, 청와대로 간 동네이발사의 이야기를 그린 ‘효자동 이발사’,
산악과 멜로적 감성을 결합시킨 새로운 감성의 영화 ‘빙우’, 춤 하나로 세상을 평정한 남자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바람의
전설’ 등 소재와 시도 면에서 새롭고 과감한 기획들이 눈에 띈다. 소재의 다양화와 독창적 시도는 한국영화 성장의 반가운 징후로 해석된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