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신년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가 자력으로 득점을 했다기 보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실점에 따른 반사이익에 힘입었다는 판단에서다. 윤 후보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논란과 선대위 내홍으로 지지율 급락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후보도 골든크로스가 아닌 데드크로스라며 여당의 긴장감이 풀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양새다. 여당이 여론 우위에 취해 오만한 모습을 보일 경우 곧바로 지지율이 역전당할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이 윤 후보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마치 정권을 잡은 듯 내부 권력투쟁을 벌이다 위기를 자초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캐스팅 보트 격인 2030세대 뿐만 아니라 전체 유권자가 과거와 달리 이념과 지역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현안에 따라 요동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데드크로스' 또는 '골든크로스' 등 판세를 점치기에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공개된 대부분 신년 여론조사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지난해까지 윤 후보를 뒤쫓는 입장이었지만 신년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두자릿대 격차로 제쳤다는 결과도 등장했다.
이 후보는 신년 여론조사에 대해 "우리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상대가 실수한 것에 대한 반사이익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추고 있다. 당과 별개로 윤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자제하면서 경제 등 정책 의제를 선점해 지지율 굳히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1일 KBS·MBC·SBS 지상파 3사가 공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에 8.9%~12%p 격차로 우위를 지켰다. 리얼미터가 3일 공개한 오마이뉴스 의뢰 지난해 12월 5주차 여론조사에서도 40.9%를 얻어 윤 후보(39.2%)를 조사 이래 처음으로 제쳤다.
이 후보에 대한 일부 지지층의 충성도가 강한 편은 아닌 점이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지상파 3사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60대와 영남권을 제외한 대부분 계층에서 우위를 차지했지만 유동층(지지후보 없음·모름/무응답)이 상당했다. 특히 2030과 수도권, 중도층은 지지 후보가 없거나 지지 강도가 낮았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이 후보가 전반적으로 우세해진 것은 맞다"며 "이 후보가 득점을 해서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윤 후보와 국민의힘 내부 자책골로 반사효과를 얻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두 후보 모두 지지층 구조가 허술하다. 지지 기반이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2030은 윤 후보의 갈지자 행보를 보고 이 후보로 쏠리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계속 머무를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대안을 찾아갈 것이냐 변동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이 판은 언제든지 출렁일 개연성이 높은 취약한 구조"라며 "윤 후보가 전열을 재정비하고 정부여당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청년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면 언제든지 판이 요동칠 개연성이 있다"고도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3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제외한 지도부가 사의를 밝히는 등 선대위 전면 개편에 돌입했다. 2030 남성 유권자 이반의 원인으로 꼽힌 '페미니스트' 신지예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도 사퇴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번 대선은 과거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2030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유권자들이 이념이나 지역주의로부터 많이 벗어나 있다. 유권자의 유동성, 표심의 탄력도가 훨씬 더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후보 변수도 많다. 비주류 또는 정치 경험이 짧다. 네거티브 소재도 안고 있다"며 "주류와 비주류간 갈등 관계, 정체성 문제 등으로 한 두번은 더 엎치락뒤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골든크로스 또는 데드크로스를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홍 소장은 "(두 후보가) 정책 대결은 아직 붙어보지도 않았다"며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따라 선대위 정비를 하기 때문에 카드가 더 있을 수 있다. 양 진영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조사들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