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놀 사람 여기 붙어라” 대장아이 엄지손가락에 대여섯이 달라붙고 이내 아이들은 한바탕 소란스럽게 놀았다. 땀과 콧물을 하도
닦아 옷소매는 번들대고 아무데나 주저앉아 엉덩이가 새까매져도 혼나는 건 뒷전, 놀이가 우선인
개구쟁이들은 땟국물 사이로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어스름 땅거미가 지고, 어머니의 밥먹으라는 부름에
꼬마들이 하나둘 집으로 사라지면 그제서야 골목에는 하루를 마감하는 고요가 찾아왔다.
컴퓨터도 플레이스테이션도 없던 시절, 어린이들은 온몸으로 햇빛을 받으며 땅을 박차고 놀았다.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공터만 있다면 혹은 전봇대를 기지 삼아 나무막대기와 돌멩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추억 속으로 사라진 그때 그 시절 놀이들, 그 기억들을 꺼내본다.
사거리
공터에 정사각형의 네모를 그린 다음 십자로를 그려 넣는다. 4등분으로 나누어진 각 네모에 1∼4의 숫자를 새기고 1번 칸에 ‘목자’라
불리는 작은 돌멩이나 막대기를 갖다 놓는다. 공격팀 전원은 1번 칸에, 수비팀은 십자로에 들어간다. 게임이 시작되면 공격진영은 2-3-4
순으로 이동하는데 수비가 터치하면 죽는다. 공격팀은 네모 밖으로 나갈 수 있지만 꼭 깨금발을 해야하고 세발짝 이내에 다른 칸으로 들어가야
한다. 목자는 직접 가지고 갈 수도 있고 던져서 주고받을 수도 있는데 목자가 정해진 바퀴 수를 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십자로에
목자가 들어가거나 수비팀이 허공에서 목자를 가로채면 공격과 수비를 바꾸거나 또는 던진 사람만 탈락시킨다.
수비를 피해 이동하기 위해서는 순발력과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두 편으로 나뉘어 상대편을 이기려는 목적으로 팀원끼리 뭉치기 때문에 놀이를
하면서 전체인 우리와 부분인 나와의 관계도 배울 수 있다. 목자를 이동시키는 것이 성공하면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이 기여한 바가 크면 자신감과
뿌듯함도 얻게된다.
오징어
오징어 모양의 놀이판을 크게 그리고 공격팀과 수비팀으로 나누어 공격은 위쪽 원 안에, 수비는 그림 안쪽 자기 집으로 들어간다. 양편 모두
자기진영에서 밖으로 나올 때는 깨금발을 하고 공격팀은 수비진영의 강을 건너면 두발로 다닐 수 있다. 공격이 수비편의 문을 통과해 만세지역을
두발로 찍고 ‘자유’를 외치면 이긴다.
‘자유’를 외치지 않거나 늦게 말해서 수비편이 먼저 ‘너 자유 안 했지?’라고 지적하면 무효가
되고 그 선수는 실격된다. 서로 상대편 진영으로 끌려들어오거나 몸싸움을 벌여 넘어지는 쪽이 탈락하고 양편 모두 금을 밟으면 아웃이다.
깨금발 상태에서 두발이 땅에 닿아도 죽는다.
오징어는 일명 ‘암행어사’라고도 불린 전래놀이로 전국적으로 널리 전승됐다. 민첩성과 협동심을 길러주고 자기편이 위험에 처하면 달려와 도와주면서
상부상조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유’를 꼭 외쳐야 함으로 자유의 소중함도 알게된다.
삼팔선
일정한 간격으로 금을 그어 판을 만드는데 한팀의 인원수만큼 좁은 칸(삼팔선)을 그린다. 공격팀이 출발 칸에 들어가면 수비팀이 삼팔선에
한명씩 들어가고 게임이 시작되면 공격은 수비를 피해 삼팔선을 건너 끝까지 갔다가 시작 칸으로 돌아온다. 수비에게 채이면 실격이고 팀의
한명이라도 성공하면 이긴다. 양편 모두 금을 밟거나 밖으로 나가면 아웃이다. 공격자는 수비들과 ‘짱’을 할 수 있는데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으로, 이기면 삼팔선을 그냥 건널 수 있다. 아파트 앞에 그어진 하얀 주차선을 이용해 놀 수도 있는데 수비팀은 하얀선만 밟고, 공격팀은
까만 땅만 밟고 이동하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 수비자는 자기가 지키고 있는 칸을 공격자가 넘어가지 못하게 하면서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공격자는 앞 뒤 수비자를 살피면서 주의력을 기를 수 있다.
땅따먹기
땅바닥에 적당한 크기의 원이나 네모를 그리고 각자 한 모퉁이를 정해 손뼘으로 반원을 그려 집을 정한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 이긴
사람부터 자기 말(작은 돌멩이나 지우개)을 자기 집에 놓고 세 번 퉁겨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오게 한다. 말이 그린 삼각형 안쪽이 자기
땅이 되고 자기 집으로 말을 넣지 못하거나 너무 세게 튀겨서 말이 선 밖으로 나가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간다. 따먹을 땅이 없을 때까지
계속하고 가장 많은 땅을 차지한 사람이 이긴다. 남의 땅으로 들어간 돌이라도 자기 집으로 돌아오면 뺏을 수 있다. 좁은 공간에서 별다른
준비물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놀이로 섬세한 손놀림이 요구되기 때문에 손감각을 키울 수 있고 힘조절과 정확한 조준이 필요해 눈과 손의
협응력을 기를 수 있다. 땅에 대한 친숙함도 느낀다.
달팽이
땅에 달팽이 모양의 그림을 그리고 두 편으로 나눠 한편은 안에서 다른 편은 밖에서 출발한다. 시작 신호와 함께 각 편에서 한명씩 달려나와
상대편진영으로 돌진한다. 가다가 양팀선수가 만나면 가위바위보를 하고 진 사람은 자기 집으로 돌아온다. 자기편이 진 것이 확인되면 재빨리
다음 사람이 나간다. 이긴 사람은 계속 뛰어가고 상대편 담 안으로 먼저 도착한 편이 이긴다. 나선형 원을 많이 그려야 재미가 더한다.
곡선을 따라 뛰면서 어지러워 넘어지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한다. 균형감각을 키울 수 있으며 빨리 달려야 하고 같은 편이 지면 재빨리 뛰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신속함과 빠른 판단력도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