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유인할 방역패스 유효기간·격리면제 사라져
미접종자 접종 참여도 감소 예상…"불신만 초래"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중단 이후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면서 3차 접종 참여율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3차 접종률 상승을 목표로 하는 정부로서는 방역패스 중단으로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11종에 적용되던 방역패스를 중단했다.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과 함께 시행한 지 4개월 만이다.
정부는 예방접종률이 더 오르기 쉽지 않고 방역패스로 인한 갈등으로 사회적 연대가 약화되는 점을 중단 이유로 꼽았다. 음성확인서 발급을 위한 신속항원검사(RAT)에 다수 인력 투입, 지방법원 판결에 따른 지역별 적용 여부에 따른 형평성 문제 등도 고려됐다.
방역·의료 분야에서 방역패스 중단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바로 3차 접종이다. 방역패스 중단 이후 하루 신규 3차 접종자 증가세가 중단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휴일이었던 1일을 제외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일일 3차 접종자 수는 각각 6만4834명, 6만5111명, 10만2202명으로 집계됐다. 매주 금요일은 주말을 앞두고 3차 접종자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평일 하루에 6만~10만명이 접종했다.
방역패스 중단 직전이었던 지난달 23~25일 일일 3차 접종자는 각각 10만9494명, 14만8022명, 22만7325명이었다. 지난달 16~18일에도 각각 12만9089명, 16만9485명, 24만8473명이 3차 접종을 했다. 하루 10만~24만명 정도가 참여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방역패스 중단 이후 하루 3차 접종자 규모는 중단 전에 비해 절반 내외로 줄어든 셈이다.
18세 이상 성인 인구 대비 2차 접종률은 96.1%, 3차 접종률은 71.6%로 25%포인트가량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차이를 빠른 시간에 좁히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방역패스 중단과 함께 확진자·접촉자 기준 변경이 맞물리면서 3차 접종 참여 유인이 더 감소하고 있다.
우선 방역패스가 중단되면서 방역패스 유효기간인 '2차 접종 후 180일' 기준이 사라졌다.
여기에 감염 취약시설 접촉자나 해외입국자 외에는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격리 의무가 없어졌다. 기존에는 2차 접종 후 90일이 지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면 자가격리를 해야 했는데, 접촉자 격리면제 기준이 완화되면서 접종 완료자 혜택이 사라진 것이다.
정부는 방역패스를 잠정 중단하더라도 오미크론 유행 대응에 예방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에 반해 젊은 층 사이에서는 3차 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0월 중순 2차 접종을 마친 이모(31)씨는 "접종 이상반응으로 고생했다.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에 3차 접종을 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접종해도 감염되고 중증으로 악화하지 않을 것 같다. 방역패스도 중단된 마당에 굳이 힘들게 맞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방역패스 조기 중단으로 정부가 3차 접종률 증가세 둔화를 자초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접종자들의 접종 유인도 함께 감소했다고 지적한다. 오미크론 중증화율이 기존 바이러스나 델타 변이보다 낮더라도 미접종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방역패스 중단으로 퇴색됐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의 추동력을 잃었다. 기존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백신으로는 3회 접종해도 오미크론 감염 예방효과가 떨어지는데, 과학적 근거 없이 방역패스 시행과 중단을 결정하면서 불신만 초래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