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5.17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기상청 제공

인물

“노년은 마음을 베푸는 시기”

URL복사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45세가 정년이 된지 오래고, 56세에 회사에 남아있으면 도둑놈이 된 세상, 중장년층도 할 일없어 무기력에 빠진 요즘 노년은 말해서 무엇하리. 하지만 올해 76세를 맞은 이연옥 할머니를 만나면서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옛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느냐”며 이씨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이연옥 할머니, 이씨는 60세를 기점으로 소극적이고 내 가족밖에 몰랐던 삶에서 적극적이고 더불어 사는 '봉사자'로 거듭났다.

손뜨개, 무의탁노인 말벗 봉사
이씨는 53세가 되던 해 남편과 사별하고 근 10년간을 ‘멍하니’ 살았다. 평생을 주부로만 살았기 때문에 친구도 없고 달리 할 줄 아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계속 이렇게 소극적으로만 살면 너무 고독하고 비참하겠구나’라는 심정으로 용기를 내 노인대학을 등록했고 그곳에서 풍수지리를 배웠다.

“동서남북을 비롯한 모든 사물에 의미가 담겨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러면 인간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그들과 교감하고 싶었죠.”

인간사이의 만남을 이씨는 자원봉사활동으로 풀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중앙병원에서 안내와 청소 등의 봉사를 했고 1997에는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에도 참여했다. 당시 최고령 봉사자였다. “봉사를 하다보면 새로운 걸 보게되고 배울 수 있어 좋아요. 자기발전에도 도움이 되죠. 늙은이도 뭔가를 할 수 있고 도움 줄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해요.”

7년 전부터는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손뜨개와 중병을 앓고 있는 무의탁노인 말벗 봉사를 하고 있다. “내가 외로워서 하는 것”이라며 내세울 만한 일이 아니라는 이씨는 “오히려 내가 더 즐겁다”고 고백한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가서다
손뜨개 봉사는 봄부터 가을까지 복지관에서 제공해주는 털실로 스웨터, 조끼, 목도리 등을 떠서 겨울이 되기 전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기탁하는 일이다. 작년 한해 복지관에서 제작된 털옷은 200여벌, 이씨도 그 중 한몫을 차지했다. 그리고 매주 화요일이면 양로원을 방문해 노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의지할 곳 없는데다 병까지 얻은 그들을 보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들의 고통이 제게도 전염되죠. 그곳에 갔다오면 한동안 마음이 아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이씨는 “이 나이가 되면 죽음이 두렵지 않지만 그래도 다음에 갔을 때 누군가 저 세상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이상하다”고 토로했다.

나이가 들면서 이씨는 그냥 지나쳤던 일들이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또 어떤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고 했다. 가치의 기준이 달라지고 여유, 이해심과 아량이 많아진다고도 했다.

“노년이 되면 머리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정을 나누는 것이 이처럼 행복한 지 몰랐거든요. 노년은 마음을 베푸는 시기예요.”

내 가족밖에 모르고 말수도 적었다는 이씨는 60세를 기점으로 세상을 알고 적극적인 ‘활동가’로 뒤바꼈다. 아내, 어머니, 며느리 등으로 살아왔던 삶에서 이제 그녀는 ‘이연옥’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살고 있다.

송파노인종합복지관: 02) 2203-9400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제4회 서울아트페어 2025' 개막... "새로운 미술시장 트렌드 만날 기회"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에서 매년 열리는 미술인들의 축제 '제4회 서울아트페어 2025'가 지난 15일 학여울 SETEC 에서 개최됐다. 국내외 현대미술 트렌드와 함께 신선하고 독창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18일까지 개최된다. 지난 2022년 8월에 첫 개최를 하여 올해 4회를 맞이하는 서울아트페어는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되고 미술 애호가, 컬렉터, 그리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적인 아트 페어이다. 월간아트 아트벤트와 에이스아담 주최로 펼쳐지는 이번 아트페어는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 500여 명과 갤러리 60개가 참여해 총 1만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다채로운 작가들의 신작과 주요 컬렉션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매년 방문객과 컬랙턱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성장해 나가고 있는 서울아트페어는 작품을 관람하는 것 이상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도 현대미술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현장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다. 현장에서 직접 구입 행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김범석 직무대행 "미국 관세협상 등 대외 불확실성 여전…시장 상황 지속 점검"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김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16일 주요국과 미국간 관세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시장 상황을 지속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범석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를 주재하고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참석했다. 구체적으로 김범석 직무대행은 "최근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주요국과 미국 간 관세협상, 미국 경제상황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F4회의를 중심으로 시장 상황을 지속 점검 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현재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관세 협사 관련 양자 면담을 진행한 상태다. 이 자리에서 정 본부장은 미국의 관세조치 관련 주요국과의 협상 동향을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양국 간 통상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날 오후에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그리어 대표와 만나 통상 현안에 대해 논

사회

더보기
한국 뇌졸중 인식 향상...심층적 이해도는 감소, 2009년과 2023년 뇌졸중 인식 수준 비교한 전국 단위 조사 결과 발표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근화 교수, 이응준 공공임상교수. (사진=서울대병원 제공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근화 교수와 이응준 공공임상교수팀은 2009년과 2023년 두 시점에서 뇌졸중 인식 수준을 비교한 전국 단위 조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뇌졸중 인식 수준은 전반적으로 향상됐으나, 다양한 위험인자에 대한 심층적 이해도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정보 획득 비율이 급증했으며, 정맥 내 혈전용해술(IVT) 인식과 응급 대응 비율은 증가했으나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그쳤다. 이 결과는 전반적인 뇌졸중 인식 수준이 개선됐으나, 정보의 깊이가 부족하고 디지털 정보 격차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되어 뇌에 급성 뇌손상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발생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021년 기준으로 국내 뇌졸중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12.2건, 8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1,500건 이상 발생하는 추세다. 주요 증상으로는 한쪽 팔이나 다리의 마비, 언어 장애, 얼굴 비뚤

문화

더보기
중국통 외교관이 전하는 현장 리포트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총성 없는 전쟁터인 외교 현장에서 한중관계를 균형감 있게 조명한 책이 출간됐다. 북랩은 최근 외교관으로 종사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중국과 한중관계의 본질을 직시하고, 선입견 없이 중국이라는 나라를 전달하고자 한 ‘공자와 한비자를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를 출간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만큼 외교에 있어 언제나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공자와 한비자를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에서는 오늘날의 중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중국 역사의 굵직한 흐름을 앞서 이야기한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중국 외교가 가진 특성과 구체적인 경험을 통한 실제 사례를 제시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이해를 전제로 한다면 불필요한 소모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또한 한중수교 후 양국 간에 있었던 주요 외교 사안과 사건들을 토대로 양국관계에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입장 그리고 위치에 대해 생생하게 풀어냈다. 특히 중국과 한국 사이에 북한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하는 만큼 중국이 견지하는 태도에 대해 우리는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자주 소비되는 중국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측면이 두드러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김문수 후보 ‘내가 나서면 대선 이길수 있다’는 착각인가? 단순 몽니인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싼 내홍이 ‘단순 갈등’수준을 넘어 ‘꼴볼견’ ‘가관’ ‘x판 오분전’이다. 지난 3일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되면서 한덕수 무소속 예비 후보와의 단일화는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됐다. 왜냐하면 김 후보가 세 차례나 치러진 국힘 경선에서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을지문덕’이라며 자신이 후보가 되면 한 후보와 단일화 하겠다는 것을 수차례 밝혔기 때문에 한 후보를 지지하는 국힘당원들이나 중도층이 김 후보를 적극 지지해 최종후보로 선출될 수 있었다. 그런데 여측이심(如廁二心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으로 김 후보 측이 갑자기 단일화에 몽니를 부리면서 단일화 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물론 김 후보 측의 몽니에는 이유가 있었다. 본인이 국힘 후보인데 국힘 지도부는 한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 전략을 짜고 있고, 본인이 추천한 사무총장(장동혁) 임명을 무시하는 등 선거와 관련한 당무(黨務 당의 사무나 업무)에서 철저히 배제당한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당연히 ‘이건 아니지’라는 꼬라지가 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 지도부와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