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원조얼짱’ 응삼이
연기경력 30년만에 최고 전성기 맞은 탤런트 박윤배
그야말로
응삼이 복터졌다. 양촌리 노총각 응삼이, 탤런트 박윤배(51) 씨가 드디어 연기경력 30년만에 확실히 떴다. 인터넷 인기검색어 상위권 랭크에
이어, 다음에 마련된 팬카페 회원수가 벌써 2,000여 명.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재학시절에 찍은 사진 한 장이 이처럼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줄이야 누가 예상했겠는가. ‘응삼이’에서 ‘원조얼짱’으로 상향조정된 그는 이제 방송, 영화, 신문, 광고 등에서 숱한 러브콜을 받는
한마디로 잘 나가는 ‘스타’가 됐다.
양촌리 노총각으로 살아온 22년
22년간 그에게 ‘월급’을 줬던 MBC ‘전원일기’가 끝날 때 ‘이제 응삼이 뭐 먹고사나’를 걱정하는 시청자가 꽤 있었을 것이다. 응삼이
본인도 왜 그런 걱정이 없었겠는가? ‘전원일기’의 다른 배우들이 그간 다른 드라마에서 종종 모습을 보여왔던 것에 비해 그는 오로지 응삼이로만
살아왔고, 때문에 드라마가 종영하면 그의 연기인생도 막 내리는 건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SBS ‘헤이헤이헤이’에서
한약 잘 못 먹어 늙어 보이는 25살 총각을 연기하면서 그는 고정된 응삼이 이미지에 코믹함을 접목,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고, 이를
계기로 예능·교양 프로에 잇따라 섭외됐다. 곧이어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 캐스팅되면서 그는 ‘울고싶어라’ 이후
14년만에 스크린 복귀라는 행운도 거머쥐었다.
“무조건 감사할 따름이죠. 날개 없이 하늘로 올라간 기분이에요. 갑자기 바빠져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기분이 좋으니 힘든
줄 모르겠어요.”
얼짱으로 추대된 것에 대해서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쑥스럽지만 기분은 매우 좋다”고 기쁜 감정을 표했다. 하지만 “얼굴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며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듯한 사회분위기에 우려심도 나타냈다. 솔직히 그동안 못생긴 배우 중에 한 자리를 차지했던 ‘서러운’ 응삼이 아닌가.
응삼이는 또 다른 나
일반인으로 평가받을 때야 잘생겼다는 소리도 듣고, 여자들에게도 꽤나 인기 있었던 그이지만 1973년 MBC 공채6기로 연기생활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전혀 달라졌다. 난다긴다하는 선남선녀들이 모두 모이는 연예계에서 그의 외모는 평범을 떠나 뒤떨어진 축에 속했고, 동기 유인촌과 임채무가
각 프로에서 주연을 맡을 때 그는 단역을 전전해야 했다.
“처음부터 그들을 보면서 ‘난 저 정도까진 못 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질투심도 나지 않았고, 그들이 잘 될 때 진심으로 박수칠 수
있었죠. 다만 ‘나도 조연급에선 꼭 뜨겠다’는 오기는 품었어요.”
그러다 ‘전원일기’의 마을청년 역할을 맡았고, 그는 자신의 고향 친구를 모티브 삼아 ‘응삼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1회분으로 끝날 배역이
종영 때까지 ‘살아남은’ 것은 그의 열정과 애정을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가 느꼈기 때문이리라.
“응삼이는 제가 평생 가져갈 저의 또 다른 이름이에요. 응삼이는 곧 저죠. 소박하고 털털하면서 마을일에 앞장서는 적극적인 모습이 저와 참
비슷해요. 시청자들도 응삼이와 박윤배를 나눠 생각하지 않죠. 오죽하면 저를 진짜 양촌리 노총각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니까요.”
홀로 노모 병수발, 남매 키운 아픔
그는 노총각은 아니지만 현재 홀몸이다. 1993년 아내와 헤어진 후 “아이들이 사춘기였기에 상처받을까 새엄마를 들일 수 없어” 줄곧 혼자
남매 둘을 키워왔다. 1995년 돌아가기 전까지 허리부상과 욕창, 치매로 병상에 누워있던 노모의 간호도 손수했다.
“아들이지만 남자인 제가 어머니의 기저귀를 갈아드릴 때 너무나 창피해하셨어요. 부끄러워하는 어머니를 다독이며 병수발하는 것, 솔직히 매우
힘들었죠. 죄송스런 마음은 또 어떻고요.”
그때를 회상하는 그의 눈가가 젖어들었다. 연기자의 역할과 아버지, 어머니, 아들의 임무를 동시에 해내야 했던 그때, 집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밖에 나가서는 웃어야했던 생활이 지금 생각해도 그에겐 버거운 나날이었다. 밝아 보이지만 시골노총각으로서의 아픔을 간직했던 응삼이와 웃고
있을 때조차 어딘지 어두워 보이는 그는 그래서 더욱 닮은꼴인지도 모른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응삼이가 종영직전 상봉댁(이숙)과 맺어지면서 외로움에 종지부를 찍은 반면, 그는 아직도 외기러기 신세라는 점이다.
이제는 “자녀들이 재혼하라고 등떠민다”며 “좋은 사람 있으면 중매서라”고 농담조로 말하는 그의 얼굴에 쓸쓸함이 묻어났다.
“이제야 본무대에 선 기분”
그는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에서 정다빈을 성추행하는 추행남 역을,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는 류승범의 선배 최순경 역을 맡았다. 또한
내년 하반기에 방송될 SBS ‘토지’에 캐스팅돼 평생 소원이었다는 시대극에도 출연한다.
“나에게도 수호신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힘든 시기도 많았지만 꾹 참고 견디니 이렇게 좋은 날도 오네요. 모두 팬들 덕분이죠. 지금
같아서는 용기백배라 뭐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멜로도 자신 있어요. 하하.”
‘전원일기’가 종영될 때 가슴으로 ‘내 너를 이제 꽃상여 태워 보내마. 넌 비록 죽지만 난 연기자로 계속 살아갈 것이다’고 굳은 각오를
했다는 그는 그때의 다짐대로 사라지지 않는 ‘배우’가 됐다. 오히려 더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응삼이’에 가려졌던 ‘박윤배’라는 이름
석자를 알리고 있다.
“연기는 졸업이 없어요. 가도가도 늘 새롭고 배울 게 많죠. 22년간 응삼이로 살아온 지난 인생은 어찌보면 진정한 연기자로 태어나기 위한
예비무대였던 것 같아요. 그때 받았던 선배들의 지도와 가르침을 밑거름으로 이제야 본무대에 선 기분입니다. 자만하지 않고 가슴으로 연기하는
배우로 남겠습니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