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과 관련 국민의 반발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두 자릿수 수익률은 이미 물건너가지 상황이다. 미납자에 대한 압류조치 등으로 개인이 원하지도 않던 제도로 인해 서민들의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인구고령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앞으로 40여년 후에는 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렇다고 고령화사회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국민연금의 폐지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현재 갖고 있는 각종 문제점을 상당부분 개선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정고갈 위험 발등의 불
그동안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것이 연금고갈 위험이다.
한국사회보험연구소는 현행 국민연금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면 오는 2045년을 전후해 총 지출이 총 수입보다 많은 적자로 돌아서고, 2046년에는 적립기금이 ‘0원’인 상태로 돌아가 실질적인 재정적자를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국민연금은 연금가입자는 소액으로 적립하는 반면, 60세 이후에는 이미 지출한 연금액에 10% 정도의 이자를 추가로 되돌려 받는 시스템이 이러한 재정고갈을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연급수급연령이 될 경우 금액의 화폐가치를 보존해 준다는 부분도 재정고갈에 한 축을 담당했다.
개인이 가입하는 개인연금의 경우 만기에 얼마를 지급하겠다는 약속할 지언정 현재가치를 보존해 준다는 내용은 없다. 예를 들면 91년부터 장애연금을 받고 있는 K씨의 경우 처음에는 매월 22만6,030원의 연금을 받았지만 현재는 42만7,750원을 받고 있다. K씨는 앞으로 물가상승률 연3%를 가정하면 20년 후에는 77만3,000원을 받게된다. 이는 K씨가 첫 연금수령액이 22만6,030원이라고 할 때 사망할 때까지 동일한 금액을 받는 개인연금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부분 만큼은 국민연금이 재정고갈만 이뤄지지 않는다면 노후보장에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 수급액에 화폐가치를 반영한다는 것은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국민연금 시스템이 적게 내고 많이 찾아가는 저부담·고수익으로 돼 있어 재정고갈이 발생할 구밖에 없다. 고부담·저수익으로 바꿔 안정적인 재정운영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환일시금 제도 검토 필요
국민연금 납부와 관련 체납자에 대한 가압류가 발생하는 등 강제조항으로 이뤄진 부분은 과연 세금인가 하는 부분이다. 국민연금에 반대하고 징수 방식에 항의하는 네티즌과 상당수 지역가입자들은 ‘국민연금=세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연금체납으로 독촉장이 날아 왔다던가 동산이나 부동산을 압류당한 사람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 불만의 핵심은 왜 복지제도를 시행한다면서 세금처럼 꼬박꼬박 떼어 가느냐에 있다. 형편이 안되는 사람에게도 막무가내로 거둬가는데 그것이 세금이 아니면 뭐냐는 것이다.
공단은 보험료를 장기 연체할 경우 가입자의 자동차, 예금계좌, 집 등에 대한 체납처분(차압, 가압류)을 하고 있다. 4월 현재 지역가입자 19만6,000여명이 가압류 등의 처분을 받았다. 23만명은 집행중이다.
노후보장을 해준다는 이유로 세금처럼 부과하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의 본래 취지를 해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으로서는 당상 먹고살기도 힘든 판에 세금아닌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강압적으로 거둬들이는 부분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미래를 위한 투자인 만큼 개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 도입당시 시행됐던 ‘반환일시금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연금 도입 후 10년 동안은 실직 등으로 국민연금 가입자격을 상실한 뒤 1년 넘게 비가입자로 남으면 낸 돈을 한꺼번에 찾아갈 수 있었다. 이 영향으로 700만여명이 10조원 이상을 일시금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연금의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98년 12월 말에 이 제도는 없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장석준 이사장은 “반환일시금제도의 부활은 장기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국민 합의 이끌어야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호응이 있어야만 그 정책의 효과가 이뤄질 수 있다. 네티즌들과 상당수 가입자들은 국민연금 자체를 폐지하거나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120만명이 국민연금을 받고 있고, 조만간 200만명 수급시대가 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또 국민연금의 본래 취지가 국민의 노후보장이라는 국가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있기 때문에 제도를 무작정 폐지해서는 안되고, 복지국가의 이념에 맞춰 원래 취지를 살리도록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회보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특성이 적금이 아닌 사회연대보험인 만큼 적정한 부담과 급여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당장 부담액이 좀 오르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안정적인 국민연금 재정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까지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기금내역을 상세히 공개하고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