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돈식 지음 사람과책 펴냄/15,000원 |
한국의 대통령은 왜 언제나 비난의 대상일까? 존경받는 대통령이란 불가능할까? ‘우리도 좋은 대통령을 갖고 싶다’는 역대 대통령의 비교분석을 통해 이상적인 대통령상을 그려낸 책이다. 언론 정치 교육계를 두루 섭렵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학술적 연구를 바탕으로 8명의 역대 대통령과 외국 대통령의 평가를 시도했다.
숨겨진 일화 사생활 양념을 곁들여
이 책은 역대 대통령들의 정치적 치적과 과오를 현대사적 맥락에서 평가하고 본보기가 될만한 외국의 대통령 모델을 통해 대통령의 통치 행위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자칫 딱딱하거나 지루하기 쉬운 소재지만 숨겨진 일화나 사생활을 양념으로 곁들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대통령에 대한 촌철살인 풍자도 눈길을 끈다.
이승만 대통령은 “등잔 밑을 보지 못한 정치 야맹증 노인”으로 평가했다. 국제역학관계를 꿰뚫는 통찰력은 뛰어났지만 민심에 어둡고 아첨꾼들의 말만 들었다는 비판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쌍권총에 채찍까지 든 카우보이”에 비유했다. 최규하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사임을 생각해야 했으니 “주막거리 무의탁 노인”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빈집에는 집 없는 사람이 살 권리가 있다는 억지를 부렸다”고 꼬집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홀인원 했으나 허리를 삔 골퍼”라는 재미있는 해석을 내렸다. “약체 정부였음에도 통치 실적으로 거듭나다 퇴임 후 감옥으로 직행했으니 만사위로다”는 설명을 붙였다. 김영삼 대통령은 “세상 변화를 돌아보며 균형감을 키웠다면 퇴임 후 행보가 가벼워졌을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들한테 뒷문으로 재산 털린 노인”에 빗대 풍자했다.
정치 파행의 근원적 책임자
저자는 집필 과정에서 자료 수집의 어려움이 많았음을 토로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한 자료만 해도 건국 전까지의 자료와 건국 후의 통치 자료가 분리돼 있어 전체 그림을 그리기에는 번거로운 점이 많았다.” 그만큼 대통령에 대한 평가 근거가 확립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해방을 맞은지 59년, 서양식 정치 제도를 도입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대통령제가 대표적인 경우다. 시스템이 사회를 제어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 사회는 대통령 개인의 통치관과 정치적 영도력에 따라 움직이는 부분이 컸다. 그만큼 한 나라를 이끌어온 최고지도자로서, 현재의 정치적 파행과 구조적 부조리를 초래한 근원적 책임자로서 한국의 대통령을 조명하고 평가하는 작업은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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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