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호텔 객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개별 상봉에서 가족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6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이야기와 쌓아뒀던 그리움, 원망을 쏟아냈다.
오후 3시 30분부터 온정각 앞뜰 잔디광장에서 진행된 야외상봉은 이들에게 '60년만의 가족소풍'이었다. 돗자리를 깔고 앉은 남북의 가족들은 유명한 북한노래 '반갑습니다' 등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다과를 함께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북의 형과 재회한 고재현(74) 씨는 "야외로 나오니까 기분이 상쾌하다"며 "일제 때 '원족(遠足.소풍)'나온 느낌이네"라며 즐거워했고, 형 고재학(77) 씨도 "기분이 새삼스럽다"며 웃어 보였다.
전쟁통에 남편과 헤어진 뒤 남쪽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던 장정교(83) 씨는 북에서 새 가정을 꾸린 남편 로준현(82) 씨 손을 잡고 젊은 날의 애틋했던 기억을 되살렸다.
또 남에 있던 여동생 윤부정(67) 씨와 상봉한 윤치원(79) 씨는 "옛날 잘 부르던 그 노래를 들려달라"는 동생의 간곡한 요청에 '아, 산이 막혀 못오시나요'로 시작하는 <가거라 삼팔선>을 구성지게 불러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2시간의 야외상봉 시간이 끝나가자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별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남측 딸, 외손주 등과 상봉한 북측 전기봉(85) 씨는 "지금은 기쁘지만 내일은 기쁜게 다 사라진다"며 "평생 오늘을 계속 추억하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야외상봉에 앞서 가족들은 12시 30분부터 금강산 호텔 2층에서 이번 행사기간 마지막으로 식사를 함께하면서 가족의 정을 나눴다.
삼색 찰떡, 오리구이, 땅콩죽, 삼색나물, 밤조개 샐러드, 양배추말이 김치 등 북한 음식에 빵, 잼, 버터까지 마련된 성찬을 앞에 놓고 남북의 가족들은 반주인 '봉학 맥주'를 따라주며 "위하여", "건강하세요" 등 건배사를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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