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에 전세계는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으로 맞섰다. 세계 곳곳에 현금이 넘쳐나는 지금 한국 경제는 미국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숙제를 안았다. 세계 3대 곡창 중 한 곳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와의 전쟁은 ‘식량과 원자재 부족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전지구적 원료 유통망을 흔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으며 한국은행도 이에 대응 기준금리 인상을 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에 의존한 취약계층은 신용파산의 위기에 섰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 압력
앞서 한은은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연 0.5%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0.25%포인트 인상한 후 올해 1월, 4월, 5월 등 다섯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은 최근(지난 26일 기준)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상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소비자물가가 5%에 육박한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미국 통화 당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는 5%에 육박하고 있고,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물가 상승률은 4.1%로 이미 한은 연간 전망치(3.1%)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4월 물가가 전월(4.1%) 수준을 상당폭 상회한 4.8%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1년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이번 달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전월(3.1%) 대비 0.2%포인트 높아진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상승률을 뜻하는 '물가 인식'도 3.4%로 전월(3.2%)보다 0.2%포인트 올라 2013년 1월(3.4%) 이후 가장 높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져 한·미 금리가 역전될 것이란 점도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될 수 있으나 아직까지 한은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월을 포함해 다섯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벌려 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미 연준이 이미 6,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임을 예고한 상황이며, 한은이 다음번 금통위인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남은 다섯 차례의 회의 기간(6월, 7월, 9월, 11월, 12월) 중 6, 7월에 빅스텝을 단행하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
이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미 금리차 역전의 경우 이건 당연히 미국에 비해서는 금리가 당연히 일반적으로 좀 높은 게 당연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조정 필요성을 볼 때 항상 역전되지 말란 법이 없다. 미국이 더 빨리 올리는 건 당연하고 미국이 빅스텝을 두 번쯤 하고 우리도 금리 올릴 때 그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고 높아진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금리차 역전된다고 자본유출이 대규모 일어나거나 이런 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감내 수준이 아닌가 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으며, 전문가들은 통화정책 완화 수준의 축소에 대해 시장에 분명하고 일괄된 신호를 전달하는 등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가계부채 부실위험...취약계층 부담 급증
이렇듯 시장금리 상승 기조가 강화되면서 최근 국내 가계부채 부실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가계대출은 2021년 중 10% 내외의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며 크게 증가하였으며, 비은행 대출과 기타대출이 증가하는 등 부채의 질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2022년 중에는 인플레이션과 미국 정책금리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그에 따라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져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주요국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며, 특히 저소득층, 자영업자, 청년층 가구의 재무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3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을 이미 회복해 2014년 5월(4.02%)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신용대출 금리는 2014년 7월(5.59%) 이후 7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대출은 올 1분기 처음 감소 전환했으며, 3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분기보다 1조5000억원 감소한 1752조7000억원으로 2002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으나, 4월부터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어 2분기부터는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향후 금리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최근 가계부채의 양적·질적 특징과 가계 재무건전성 현황을 고려할 때 가계가 직면한 금리상승 충격이 과거에 비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의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완화적 금융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증대될 수 있는 만큼 금융기관은 충당금 적립, 자본확충 등을 통해 손실흡수 능력을 제고 할 필요가 있다. 정책당국도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적 지원 등 선제적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가 예상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높아진 물가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서 더 큰 위험을 가져오지 않게 선제 대응하는 방향이 맞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금리가 올라가서 부담되는 분들이 있다”며 “영세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취약계층이 받는 위험은 정책이 대응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하며 취약계층 정책은 정부의 다른 정책 방향과 공조해야 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