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재보선 결과를 놓고 정당별 반응이 다양하게 도출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정국운영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당지도부 인책론은 불가피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할 때 신기남 의장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나가자 일부 소장파들이 반대입장을 보이는 등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재보궐 선거를 통해 지난 총선에서 잃었던 표심을 얻는데 성공하자 원내 제1야당으로서의 체제정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며 민주당도 전남도지사 당선을 이끌어 낸 것을 계기로 당내 결속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나타났다.
신 의장 과도체제…소장파 불만 여전
6·5재보선 참패에 따른 지도부 개편 문제와 관련 10일 오후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신기남의장(오른쪽 두번째)과 상임중앙위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전당대회 개최 일시 등을 논의하고 있다. |
열린우리당이 4명을 뽑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패했을 뿐 아니라 19명을 선출하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충청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완패하자 당지도부 인책론과 함께 당 운영 및 당·청관계 등을 놓고 후유증에 휩싸였으나 일단 신기남 의장의 과도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여기에는 선거결과에 따라 당 쇄신이 필요하지만 그 시기는 당헌·당규 개정과 진성당원 확보 등 체제 재정비 이후인 내년 초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기남 의장은 재보선 직후 책임을 지고 물러날 뜻을 피력한 바 있는 만 큼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뜻을 고사하고 있지만 대권의 꿈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섣불리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따라 신기남 의장측은 전당대회전까지 흐트러진 당내 분위기 수습과 개혁과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청와대와의 관계정립에도 많은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 의장은 우선 지도부 문책론을 주장하고 있는 소장파의원들과의 관계개선에 최대한의 노력을 쏟는 한편 여권내 제세력들의 ‘중구난방식’ 각개행보 등을 하나로 모아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여당의 이미지를 씻어 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지난 6일 만찬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정분리 원칙을 강조하면서 선거결과와 관련 “수습을 잘 하라”고 당부한 것 등이 한몫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이번 재·보선 결과가 당지도부의 리더십 부재와 개혁정책 혼선 등 책임있는 집권 여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고 단정짓고 정동영 전 의장의 뒤를 이어 선거를 진두지휘한 신기남 의장 등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 여부에 따라 새로운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특히 비당권파에서는 중진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거나 원내대표가 당헌·당규 개정 전까지 임시로 당의장을 겸하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하는 등 지도부 문책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재야파로 분류되고 있는 임채정 의원은 “당원모집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조기전당대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으며 김원웅 의원은 “4·15총선 등 큰 선거를 치르고 나면 새로운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를 바꾸는 것은 정치적 상식”이라며 지도부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박 대표 당장악력 강화…대권주자 유력
지난 5월 28일 한나라당 당원대표자 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
한나라당은 부산시를 비롯해 경남·제주지사 3곳에서 광역단체장 선거에 압승을 거둬 향후 정국운영에 있어 많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한때 ‘차떼기 정당’이란 이미지에 둘러쌓인 결과 대선패배는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역풍에 여의도 천막당사로까지 이주할 정도로 당의 존립이 위태로웠으나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원내 제1야당으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갖추게 됐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박근혜 대표가 내세운 ‘여당 발목 잡기’식의 정쟁이 아니라 ‘민생과 안보 정당’으로서의 전략이 국민에게 상당한 호소력을 발휘했다고 분석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박 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한나라당은 ‘상생’과 ‘민생’ 정당으로의 행보를 계속적으로 이어나 갈 것으로 보이며 정치개혁을 선도해 국민의 생활 속으로 다가서는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박 대표는 오는 7월15일쯤 열릴 전당대회에서 재선출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총선용 구원투수’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것과 함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는데까지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제1야당으로서의 체제강화와 쇄신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향후 국회활동과 정책대안 수립 과정을 통해 지역정당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내년에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어 수도권과 충청권 나아가서는 호남권에도 다가설 수 있는 복안을 마련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 역시 박 대표 체제 강화로 인해 향후 각종 개혁 방안을 국회에서 제도화해 내는데 큰 힘을 얻게 돼 당내 위상은 물론 국회에서의 대여 교섭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박-김 체제’가 이끌고 갈 한나라당의 향후 행보가 집중적으로 조명받고 있다.
한 대표 체제확립…재기발판 마련
한화갑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민주당은 전남지사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데 성공함에 따라 정통 야당의 체제확립을 위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전남지사 선거승리는 ‘전남당’이란 지역당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한몫을 했을 뿐 ‘원내 제4당’의 위상과 향후 정국운영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은 당분간 한화갑 대표체제 강화와 독자생존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열린우리당과의 분당과 지난 4·15총선의 참패 등을 겪으면서 흐트러진 당의 결속에 우선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다음달 말쯤 전당대회를 열어 현재 임시적인 한 대표체제를 공식화하고 진성당원 중심의 국민정당 체제로 바꿔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원구성 역학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오는 10월 또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좋은 결과와 함께 일부의원을 흡수해 교섭단체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복안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재도약을 위한 활로 모색에 진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중량급 인사 및 개혁성 있는 인사 영입에 당의 사활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재두 수석부대변인은 “우선 16개 시·도당을 정비하고 민주당이 진정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임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당이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철기자 chu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