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도의 대가 청광 김용대 화백. 그의 작품과 삶은 신화이자 종교가 된지 오래다. 한국 수맥연구소의 감정결과 수맥차단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고, 신비의 기가 발산돼 가정의 액운을 퇴치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 같은 내용은 SBS ‘토요미스테리’ 등 각종 언론매체에 소개되면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작품을 둘러싼 영적 소문은 사실일까? 지난달 23∼2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 청광의 달마도 전시장을 찾아 작가와 작품을 만나보았다.
현몽 꾸고 달마선화 무상보시
달마도의 대가 청광 김용대 화백. |
이번 전시는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아온 청광의 작품 약 53점이 소개됐다. 한국불교단체 총연합회와 대한불자 예술인 연합회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한국 불교단체 총연합회 이외윤 명예회장은 “인생무상의 참 진리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다 삶의 참뜻을 깨닫고 달마선사의 현몽에 의해 달마도를 그려 뭇 중생들에게 보시해 오고 있는 청광 화백의 선생활에 감탄한다”고 말했다.
청광의 그림이 주는 감동은 그의 삶과 오버랩될 때 극대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선천성 상구순파열(언청이)이라는 장애로 사회에서 버려졌던 그는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며 인생의 나락에서 허덕이다 대흥사 사내 암자인 복암사에서 달마선사가 나타나 “나를 그려 중생에게 보시하라”는 현몽을 꾸게 된다. 이후 청광은 달마대사를 그려 전국의 수많은 대중에게 무상보시를 했고, 청광은 그 과정에서 구원을 얻었다.
그의 달마도가 영적 신비를 담고 있다면 그의 삶 자체가 고난과 극복이라는 ‘경지’를 장악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 회장의 말처럼 청광은 그 자신의 체험으로 ‘삶의 참뜻을 깨달은 자’가 됐다. 그것은 예술적으로 거장의 조건을 갖췄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의 달마선화에는 삶의 깊이가 담백하게 담겨있어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작품에 담겨있는 철학을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6월23일 전시회 오픈식에서 귀빈들이 작가에게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달마도를 둘러싼 신비한 소문에 대해 냉소적인 사람이라면 청광을 직접 만나볼 것을 권한다. 과학적 진실을 떠나 천광의 인물됨은 그 자체로 상당한 감흥을 준다. 악의라고는 찾을 수 없는 순진무구한 얼굴에 어린아이처럼 순박한 웃음을 연신 짓는 그는 천상의 인간 같다. 동시에 지상의 상처 또한 진하게 베어나온다. 그의 미소는 인생의 쓴맛을 다 겪고 고통 속에서 자신을 초월한 자의 증표임을 단번에 깨달을 수 있다.
자신의 그림이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킨다고 믿느냐는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달마도가 무엇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림을 받아갔던 사람이 좋은 소식을 전해주니까. 믿게 됐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그의 그림은 그 자신을 가장 확실하게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중국 미국 등지를 돌며 전시회를 열 정도로 세계적인 민화가가 됐다. 그의 달마도를 소장하기 위해 늘어선 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청광은 “우리나라에는 달마도를 잘 그리는 사람은 많다”며, “하지만 나처럼 달마대사를 많이 그리고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상에는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세상 사람들의 사연을 헤아리며 달마도를 그리는 일이 행복하다는 청광. 선의 향기가 담긴 달마도를 통해 자비를 실천하는 청광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달마와 꼭 닮았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