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휴가의 핵심은 ‘싸고 짧게’다. 흥청망청 화려한 휴가는 가고, 경비절감에 최대한 신경 쓴 알뜰 휴가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침체로 기업에서 지급되는 휴가비도 줄었고, 실물경기가 얼어붙어 아끼자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 이유. 이에 따라 휴가 개념도 바뀌어 업무에 복귀했을 때 호된 후유증을 앓을 만큼 뻑적지근하게 즐기던 ‘기분파’는 줄고 한적한 곳에서 쉬면서 심신을 달래는 ‘실속 웰빙파’가 떠오르고 있다.
‘잘 놀기’ 보다 ‘잘 쉬기’에 관심
각종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들의 올해 휴가 예상 비용은 평균 30만원 정도다. 여행전문가 유철상 씨는 “경비를 대폭 줄일 것 같다. 이에 따라 휴가 패턴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캠핑이 강세다. 실제 캠핑 장비 판매점과 대여점은 활기를 띄고 있다. 유씨는 “작년에 동해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본 결과 관광객은 붐볐지만 현지 식당은 장사가 안 됐다. 불황 이후 대형할인점 등지에서 음식을 미리 준비하고 떠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바캉스와 캠핑이 접목된 형태가 올 휴가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자연히 캠핑에 적합한 계곡이 주목받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여행이 일상화되고, 휴식의 개념으로 변환되면서 휴가여행 기간이 짧아진 것도 계곡으로 몰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유씨는 “3박4일 해수욕장보다 2박3일 계곡을 선호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휴가 기간 내내 먼 여행지에서 길게 보내기보다는 2박3일 짧은 코스에 별도의 하루 여행 일정을 더하는 형식으로 휴가 스케줄을 짜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따라서 일일 코스인 휴양림이나 도시 인근 여행지, 절이나 체험농장 등도 휴가기간에도 꾸준히 각광받을 전망이다.
남해 뜨고 해외여행 지고
동해는 고전적 대중 여행지.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로 남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유씨는 “동해가 사랑 받아온 이유는 수도권 인근에다가 숙박 시설 등이 갖춰져 있는 편리한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식상하고 상투적이라는 이미지도 많다. 작년에도 각종 설문조사에서 동해를 가겠다는 응답자들이 많았지만 실제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서해 열풍이 불었다”며, “서해는 신선한 여행지로 지난 2년 동안 여행계의 인기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현재 서해는 동해를 그대로 옮겨놓은 형태로 발전했다. 이 때문에 남해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의 여파로 해외는 발길이 뜸하다. 작년 사스나 이라크 전쟁 등으로 주춤했던 해외여행 수요가 최근 몰리는 양상이고 ‘제주도 갈 비용으로 동남아 간다’는 인식은 올해도 변함 없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해외여행 인구는 적은 편.
해외여행 전문업체 포스탐투어 관계자는 “해외여행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간다고 해도 밤도깨비 투어 같이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드는 곳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이 여행사 패키지에서 개별자유여행으로 바뀐 것도 절약여행의 한 경향이다. 포스탐투어 관계자는 “해외여행 불황 속에서도 학생들의 배낭여행이 그나마 가장 많은 편”이라며 개별자유여행 선호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