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비상장 자회사나 관계회사 등의 실적으로 인해 영업실적이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재벌기업 13개 회사의 경우 지난해 개별기업 총 매출액은 182조2,953억원을 기록 13조83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자회사를 포함하면 90조9,848억원의 매출액이 늘었음에도 수익은 오히려 614억원 감소했다. 기업 개별적으로는 7.17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자회사의 수익률은 0.067%로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로인해 개별기업의 부채비율이 106.99%로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연결재무제표에서는 209.05%로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 제조업보다 문제 심각
증권거래소가 258개의 상장기업과 관련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국내 상장사의 재무현황을 분석한 결과 개별재무제표의 총 자산은 4조3,172억원이었으나, 자회사까지 통합적으로 계상하는 연결재무제표에서는 6조2,769억원으로 45.39% 늘어났다. 자본도 2조1,765억원에서 2조1,765억원으로 8.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채가 2조1,47억원보다 2조원 가량 늘어난 3조9,229억원이어서 부채비율이 98.35%에서 166.65%로 급등 상장사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기업의 손익은 연결재무제표와 개별재무제표와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전체 상장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06억원이었고, 연결재무제표상의 이익은 1,950억원으로 60여억원의 차이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금융업이 개별재무제표 대비 2조333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해 가장 규모가 컷다. 화학업은 개별재무제표에 비해 순이익이 1조5,023억원 늘어나긴 했지만, 이익증가율이 마이너스 10.0%였다. 이어 의약품이 957억원의 수익이 늘었지만 증가율이 -9.95%였고 건설업(1조280억원 증가, -9.60%) 비광속광물(4,824억원 증가, -4.01%) 순이다.
개별기업의 실적은 좋지만, 연결재무제표상에서 문제가 생긴 곳은 1998년 이후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부채비율에서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화학업이 216.32%늘었고 건설(88.53%) 유통(86.38%) 전기·전자(72.64%) 등 대부분의 부채 비율이 대폭 높아졌다.
이와 관련 증권사 관계자는 “자회사 실적을 포함했을 때 부채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비상장된 자회사 재무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자회사 경영 엉망
거래소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사상최대의 이익을 기록한 대기업의 자회사운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해결책이 절실하다.
특히 모기업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자회사가 1% 안팎에 불과 한 매출액 대비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라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70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6조7,452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냈다고 발표했지만, 연결재무제표상으로는 98조8,844억원어치를 팔면서도 수익은 6조7,580억원에 불과했다.
삼성그룹 단독을 봤을때 매출액 대비 수익률이 10%에 육박했던 것이,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6%대로 뚝 떨어진다. 게다가 자회사만을 계상할 경우 28조8,780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한 업체들의 이익은 128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결국 자회사의 수익률은 0.044%에 불과했다. 자회사들이 그룹의 순이익을 따라 잡으려면 무려 3,19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려야 가능한 금액이다. 결과적으로 그룹본사의 경영은 원할히 이뤄진 반면 자회사는 현상유지도 급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문제는 삼성그룹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재벌그룹 대부분이 비슷한 양태를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8조6,23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현대자동차는 자체적으로 1조9,901억원의 순익을 냈다고 밝혔는데 자회사들이 현대차의 순익 가운데 184억원을 까먹었다. 반면 매출액은 현대차의 절반이 넘는 24조6,636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기업이 동부그룹이다.
지난해 3조497억원의 매출에 17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힌 동부그룹은 자회사를 합칠 경우 손실규모가 6배 이상 늘어난 125억원이었다. 연결재무제표상으로 자회사의 영업활동이 비교적 활발해 총 4조6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동부 역시 자회사의 손실률이 그룹자체보다 훨씬 높았다.
이와 관련 대기업에 납품하는 모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대부분이 자신들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자회사나 협력업체가 최소한의 이익만을 남기게 하는 횡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쌍방울, 한솔LCD 등 자회사 덕봐
한솔LCD와 모나미, 삼익악기 등은 자회사의 영업활성화로 기업의 수익이 100%이상 급증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법정관리 졸업 후 부진을 면치 못하던 쌍방울은 지난해 24억2,200여만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똑똑한 자회사들이 영업을 잘해 연결재무제표상으로 15억5,700여만원으로 흑자를 냈다.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적사회사가 흑자로 전환된 곳은 쌍방울이 유일하다.
쌍방울 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국에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길림쌍방울방직 유한공사’가 영업이익을 낸 것이 한 몫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쌍방울의 적자가 중국대여금을 상각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연결재무제표상에 이를 통합으로 표기해 이익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솔LCD는 기업자체로는 11억원의 순이익을 내는데 그쳤지만 자회사들의 분발로 390% 늘어난 54억원을 기록했다. 모나미(3억7,800만원→10억900만원) 삼익악기(64억8,000만원→136억9,500만원) 등도 자회사가 장사를 잘 해 이익규모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함께 대상과 세한 한솔제지 등도 개별회사의 영업실적보다 자회사를 포함한 경영성과가 높은 기업으로 꼽혔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