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가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17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실세총리’다운 답변으로 언론 및 일반인들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특히 이 총리는 인사청문회 당시 자신을 추궁하는 의원의 추상적인 질문에 ‘그렇게 막연하게 물으면 내가 판단을 못한다’ ‘무가치한 것을 가지고 이 바쁜 세상에서 어떻게 일일이 다 대응을 하겠나’ 등의 답변으로 과거 총리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예고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총리의 답변 태도가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느낌을 줬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게 일어나고 있어 향후 이 총리의 정부 운영에 따른 여야간 논란이 일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지난 9일 열린국회 본회의에서 정치분야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지난 9일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 나선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 수도 이전과 관련해 “축약하자면 노무현 대통령이 수도이전 반대운동에 대해 ‘이것을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운동, 퇴진이다. 따라서 하지 마라’는 얘기 아니냐”며 적절성 여부를 따지고 나서자 이해찬 국무총리는 “그런 잘잘못의 판단은 내가 드릴 말이 아니다”며”느낀다는 것과 언변한 것은 다르다”며 용어 선택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이 총리는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서는 “이 문제는 국회에서 이미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집행하는 것이고 요즘집행에 큰 애로와 혼선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 주장에 대해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인다는 것은 정부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것이고 삼권분립화에서 정부가 의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사례가 생기면 국가의 큰 체계가 동요하는 상황이 온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또 이날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민주적 헌정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고문을 감내했던 민주화운동 희생자들과 민주적 헌정질서 파괴를 위해 남파된 간첩의 죽음이 동일시될 수 없다”면서”국가기관이 남파간첩과 빨치산을 민주인사로 둔갑시켜 국기문란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한데 대해 이해찬 총리는 “잘잘못을 검토해봐야하고 그분들이 공권력에 의해 죽음에 이르렀지만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혀 간첩은 민주인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와함께 이 총리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국회 논의 결과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고부처는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자신의 의견을 비교적 차분하고 명확하게 전달했다.
이해찬 총리는 대정부 질문 둘째날인 지난 12일 국회 통일 외교 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열린우리당 양형일 의원에 질의에 “대통령의 방북은 이를 통해 북핵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거나 남북관계에 새로운 진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사전준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며“대통령이 방북을 모험적으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또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 다루기 힘들지만 이제는 공감대가 많이 형성된 것 같다”며“남북관계를 위해서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고 공감대도 있어 국보법을 형법으로 통합하거나 별도의 개정을 하든가 국회에서 해줬으면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민철기자 chu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