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과 가계 부동산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이들 부분에 대한 회복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3호)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부도확률이 갈수록 상승하고, 가계 도산확률은 낮아지지 않고 정부의 끊임없는 부동산 대책 속에서도 거품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신사와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재무구조도 갈수록 악화돼 경제 전반에 걸쳐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용불량·실업자 현실성 대책 세워야
지난 2001년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카드사의 신용서비스 및 신용판매 등으로 크게 늘어난 가계의 금융부채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규제로 2002년 30.1%에서 5.3%에 크게 둔화됐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부진으로 지난해 가계의 금융자산증가율이 4.6%에 그쳐 금융부체비용은 전년과 비슷한 48.5%를 유지하는 등 개선되지 않았다.
가계금융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부분이 실업률과 신용불량자 문제다.
정부는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신용불량자 대책방안을 내 놓아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해진 한계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부분은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는 금융기관이 채권회수에 있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현실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실업문제 또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
최근 실업률은 3년간(2001년 4월~2004년 3월) 평균 3.3%로 외환위기 이전(1995~1997년)에 2.2%에 비해 1.1%P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사회진입연령에 해당되는 만15~29세의 청년층의 실업률은 이보다 2배 이상 높은 7.2%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여기에 경력자 중심의 채용문화와 기업의 비정규직 선호현상과 맞물려 정부의 일자리 창출 대책에도 그 실효성에 의문시된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이와 함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30% 이익으로 이자도 못내
기업부문은 전체적인 영업실적이 개선되긴 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는 날로 심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업의 도산위험 등급이 1년동안 변동된 상태를 나타내는 전이행렬의 경우 2002년 저위험이었던 중소기업 가운데 16.9%와 71.%가 지난해 고위험과 중위험으로 포함돼 불안감이 해소돼지 않았다.
한은은 “고위험 중소기업의 증가와 중소기업이 동일 신용등급을 유지하지 못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의 경우 위험기업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2003년 거래소와 코스닥 상장 및 등록법인을 대상으로 조산한 결과 매출액과 경상이익률은 수출호조와 차입금리 하락 등으로 2002년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갚지 못하는 기업이 2002년 32.7%에서 31.2%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여기에 하위 10% 정도의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기업 부채의 이자를 얼마나 갚을 수 있는 지를 파악하는 이자보상비율은 -611.9%에서 -645.0%로 더욱 악화됐다.
자기자본비율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금융차입이 둔화되고 회사채 발행이 줄어들면서 부채비율이 100%수준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유동비율도 상승해 100%를 넘어 안정세를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부채비율 감소와 유동비율 상승은 재무구조는 좋을지라도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측의 설명이다.
지역별 토지투기 심화
한은은 2001년 이후 급등세를 유지하던 주택가격이 지난해 10·29대책 이후 부분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격하락 기간이나 하락폭을 감안할 때 안정기조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1999년 이후 대체로 연말경에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연초이후 재상승하는 ‘단기 조정 후 장기간 상승’패턴이 반복돼 온 것을 되풀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서울재건축아파트와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지역 등에서 가격상승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건축비 상승우려가 있어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틈새를 노린 토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부동산 정책에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3·4분기 이후 토지가격 상승의 특징이 신도시개발과 개발제한 해제, 신행정수도 이전 등의 요인으로 서울 수도권 충청지역 일부에 토지가격이 크게 상승해 지역별 차별화 현상을 나타냈다는 부분을 근거로 제시했다.
더욱이 토지가격 상승은 부동산시장 전반의 거품현상 확산으로 이어져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사회, 경제, 금융부분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이 주택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2금융권 경영정상화 시급
한은은 과거 투신사에서 전환한 증권사들 대부분이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중이며 투신업 전반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는 공적자금 추가투입과 조속한 매각이 필요한 것으로 내다봤다. 상호저축은행도 은행의 대형화와 무차별적 자금공세로 그 설자리가 점차 줄어들면서 도산 가능성도 높아지는 등 제2금융권이 상당히 불안한 상태라로 우려를 표명했다.
1997년 231개에 달하던 상호저축은행은 지난해 114개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더욱이 금융업 특성상 자금조달이 영업의 핵심인데 은행권의 정기예금비중은 5.3%인데 비해 상호저축은행은 정기예금비중이 90%에 달하는 등 전반적인 조달비용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러한 조달비용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고수익-고위험 부문에 대출을 늘리는 등 위험선호형 자금운용 방식에 치중하게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