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지음, 김동성 그림 사계절출판사 펴냄/ 9,500원 |
한여름의 낭만을 상징했던 매미가 점차 인간에게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열대야 현상으로 지칠대로 지쳐 겨우 잠들 만하면 억척스러운 울음소리로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가 하면, 농작물에 피해를 끼치기까지 한다. 하지만 매미가 해충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불과 10여년 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10여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책은 도시 공간 속에서 인간과 매미의 공생 가능성을 탐구한다.
논픽션이자 서정적 동화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는 여러 가지로 새롭고 의미심장한 책이다. 매미에 관한 아동서가 대부분 ‘파브르 곤충기’의 재구성이나 번역서인 것에 반해 이 책은 ‘지금 이 시간’의 도시 매미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저자 박성호 씨는 ‘2000년 여름 우연히 죽음을 눈앞에 두고 발버둥 치는 늙은 매미 한 마리’를 보고, ‘매미가 얼마나 치열하고 힘들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다큐멘터리에 담기 시작했다.’ ‘한여름의 기록-반포 매미’라는 다큐는 이렇게 세상에 나왔고, 이 책 또한 그 인연으로 탄생됐다.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저자는 ‘매미 폐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오랜 산고 끝에 이 책은 매미의 생태정보를 담은 논픽션이자 환경문제라는 메시지를 담은 고발서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담은 한 편의 감동적인 동화로 태어났다.
매미 소리는 왜 시끄러워졌나?
‘낭만적이던 매미 소리가 최근들어 시끄럽게 여겨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매미 소리가 요란해진 이유는 매미 중에 가장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말매미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말매미는 1990년대 중반부터 공해로 인해 도심지의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 서식지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결국 매미 탓이 아니라 인간 탓이다.
이 책은 매미에 대해 이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사실들을 풍부하게 소개한다. 더욱 돋보이는 점은 사전적 지식의 무차별적 나열에서 벗어나 탄탄한 구성과 감성을 갖춰 문학성을 확보한 것. 저자는 지식과 정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모든 걸 잘 아는 어른’을 등장시켜 문제를 낱낱이 해결해주는 기존의 ‘논픽션 동화’가 취해왔던 안일한 방식을 거부하고 갈등과 복선을 통해 문학적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김동성 화가의 그림 또한 단순히 매미의 생태를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도시 매미들의 처절한 삶의 투쟁을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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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