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선수는 한국인에게 올림픽과 관련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다. 그는 한 시대에 족적을 남긴 최고의 마라토너이자 민족의 자존심이었으며, 슬픈 민족 역사의 상징이다.
8월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전관 신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올림픽 108년, 그리고 손기정’ 사진전은 아테네 올림픽을 맞이해 손기정을 생생히 회고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젊었을 때부터 꾸준히 모아온 사진과 유품을 공개하는 강형구 화백은 “신화의 주인공보다는 실화의 주인공으로서 손기정의 개념이 바뀌는 앞으로의 시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승한 올림픽 선수들을 위해 열린 환영회 모습(좌로부터 무라코소, 손기정, 나오토다지마, 니시다) | 우승 후 선수촌에서 독일 경비병과 함께 찍은 사진. |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 시절의 손기정 선수. |
당시 투구, 세계적 희귀품
전시는 미공개 사진자료 300여점을 포함 총 1,200여점의 사진과 유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2전시에서는 올림픽 역사가 담긴 2,300여점의 사진자료와 기념 우표 등을 선보여 올림픽 정신도 함께 되새기는 자리가 되도록 구성했다. 손기정 관련 전시 중 최대 규모인 이번 전시는 ‘마라토너 손기정’에서 벗어나 일제시대를 살아간 한 인간으로서의 면모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베를린 올림픽 당시 마라톤 경기 전체를 촬영한 레니 리펜슈탈 독일 감독의 기록영화 ‘민족의 제전’(1938년 작) 중 감독이 직접 손기정 선수가 담긴 장면만을 편집해 손기정 선수에게 직접 전달한 ‘디렉터스 컷’ 헌정 필름(상영시간 23분)이 국내 최초로 상영된다. 특히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가 골인하는 모습은 세계 스포츠사에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리펜슈탈 감독은 손기정의 역주 장면을 그의 대표작이며 베를린 올림픽 공시 기록영화인 ‘민족의 제전’에 가장 긴 시간을 할애했다. 한 점 웃음기 없이 무표정하기만 한 손기정 선수의 얼굴은 리펜슈탈의 마음을 흔들어놓았고, 이후 리펜슈탈은 자신의 인생에 깊은 감명을 남긴 대표적 인물로 손기정을 손꼽았다. 이후, 리펜슈탈과 손기정 선수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이후 20년만에 1957년 독일에서 열린 국제군인마라톤대회에서 재회한다. 20년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의 감동이 담긴 사진 등 여러 미공개 사진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공개된다.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당시 우승 기념으로 그리스 정부로부터 받은 청동 투구도 공개된다. 50년이 지난 후에야 되돌아온 이 투구는 일본인들이 독일과의 관계를 고려해 독일 정부에 기증한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이미테이션 중 하나다. 이밖에 올림픽 때 입었던 운동복, 수여받은 금메달, 일장기 말소 사건에 쓰였던 오리지널 신문 원본 등이 이번 전시 목록에 포함돼 있다. 02-734-9567
최초로 아테네 신전 앞에서 사제가 올림픽 성화를 전달하고 있는 역사적인 장면이다. 이 성화는 발칸 반도를 관통해 올림픽 당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오늘날 그리스에서 행해지는 성화봉송 방식은 바로 이 11회 베를린 올림픽에서 시작했다. | "이기러 왔다!" 압록강을 건너 만주와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고 동유럽을 거쳐 힘들게 베를린 역에 도착한 일본 마라톤 대표팀 모습. 좌측 끝이 손기정, 그 뒤에 남승룡, 사토 코치, 스즈키, 시오아키 선수의 모습이 모인다. 일본 대표팀은 베를린 올림픽 당시 최초로 입촌했다. |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