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빼앗기는 판에도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정부에 비해 시민단체와 학계는 한국적 관점의 고대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우리역사 바로알기 시민연대, 국학원,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고구려역사지키기 범민족시민연대, 반크, 독도수호대, 독도역사찾기운동본부 등은 역사전쟁에서 치열하게 싸워온 민간단체다. 이들 단체는 각종 규탄집회, 서명운동, 사이버 시위, 역사교육 등을 주도하며 국민의 힘을 응집하고 있다. 그리고 역사전쟁을 넘어서는 범아시아적 해법을 제시한다.
한중일 공동역사 교과서를 만들다
우리역사 바로알기 시민연대와 국학원 등은 역사왜곡을 규탄하고 고대사를 알리는 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외교부, 베이징 정부 등의 중국 주요 사이트에 동시 접속하는 사이버 시위로 네티즌들의 애국심에 불을 당기고 있다. 우리역사 바로알기 시민연대 우대석 사무국장은 “이번 역사전쟁을 국민의 힘을 결집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왜곡에 대처하고 아시아 공동의 역사인식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결성된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는 공동역사부교재 발간에 앞장서왔다. 각 나라의 학자 및 시민단체들이 시기별로 나눠 집필한 이 교재는 현재 서로 검토하는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 2월 즈음에 중등용 공동역사부교재가 사상 처음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학자들은 역사왜곡에 국수주의적인 감정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역사공유를 위한 노력이 궁극적 해결방안이라고 지적한다. 고구려연구회 서길수 회장은 “유럽은 정부 차원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역사 공동 집필 작업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에 비해 역사 공유 작업이 민간 차원에서 줄곧 이루어져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절단
풀뿌리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역사전쟁에서도 빛을 발하는 네티즌의 힘을 잘 보여준다. ‘한국의 모든 사람이 한국을 알리는 요원이 되자’(Voluntary Agency Network Korean)는 뜻의 반크는 전국적으로 회원이 1만3,700여명에 이른다. 1999년 출범 이후 전세계 인터넷 사이트들과 교과서를 포함한 각종 출판물들의 한국 관련 오류를 지적, 그 동안 300군데 정도를 바로잡는 쾌거를 거두었다. 최근에는 야후, 유어딕션어리, 바틀비 등 해외 유명 사이트들이 “북한의 평양은 기원전 108년부터 약 2천년간 중국의 식민지였다”라고 표기한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정부는 왜곡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의 연구와 함께 학계, 민간, 정부간 유기적 공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공조’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 눈치다. 이미 여러 번 발뺌하는 모습을 보아온데다 지금까지 심각성을 알리려는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원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간단체들은 정부가 여러 가지 외교적 부작용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면 충분한 후원이라도 뒷받침해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간차원에서는 한중일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역사문제에 대한 합리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문화가 발달한 우리의 여건상 민간의 활동상은 기대 이상이다. 반크의 박기태 단장은 동북공정에 대해 “전국 PC 방을 이용해 잘못된 한국 관련 정보를 바로잡아 나간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시민의 역량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을 드러냈다.
- 최근의 역사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