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는 8월12일 콜금리(정책 목표 금리)를 지난해 7월 4.0%에서 3.75%로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무려 12개월만에 3.50%로 0.25% 포인트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인하는 주식시장에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외국자본의 국내유출과 정부가 부동산 물가를 잡겠다고 공개 선언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뿐 만 아니라 물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실물경제를 무시한 결정이라는 질타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수신금리 하락… 주식시장 활황
통화당국은 콜금리를 인하하면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이로 인한 서민들의 금리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금리인하로 인해 자금을 쌓아두던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고, 개인의 소비도 늘어나 침체된 경기가 해소될 것이라는 원칙론적 기대를 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기대는 은행권과 주식시장만 봐서는 해소된 것처럼 보여진다.
금리인하로 인해 주식시장은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8월25일 803.97로 마감하며 지난 6월8일 이후 80여일 만에 800선을 회복한 것이다.
이는 콜금리 인하를 발표한 12일 당일 756선에 머물러 있던 것이 발표화 함께 761로 5포인트 가량 상승한데 이어 장이 열리는 9일 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한 것이 급등의 원인이다.
은행권의 금리 또한 인하가 줄을 이었다. 외환은행은 14일부터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3.9%에서 3.7%로 0.2%포인트 낮췄고, 6개월과 1개월짜리 예금금리도 각각 연 3.3%와 2.9%로 0.2%포인트씩 인하했다. 제일은행도 17일부터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일괄적으로 0.2% 포인트씩 인하했다. 여기에 우리와 조흥, 국민 등 국내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정부의 콜금리 인하로 서둘러 인하를 발표했다.
정부는 금리인하 여파로 은행권의 금리가 줄어들어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고, 이 돈은 결국 주식시장이나 소비로 사용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 돈들 가운데 일부가 주식시장에 유입된 것은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과연 소비가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욱 높다.
이자 많이 주는 상호저축은행으로 이동
당초 정부가 금리인하로 은행자금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제2금융권이 높은 금리로 소비자를 유혹하면서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2·4분기 3.8%대까지 정기예금 금리가 밀린 상태에서 이번 금리인하로 은행권이 추가로 0.2%포인트를 추가로 내리면서 4%대로 전망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정부는 은행의 유동자금이 소비로 살아나길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 이들 자금은 은행보다 최고 2%포인트 가량 많은 이자를 주는 상호저축은행에 5,000만원씩 분산예치 되고 있다. 금리인하 정책의 성공이 의문시 되는 부분이다.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설비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던 대기업 총수들은 투자자금 조달을 위한 은행대출과 채권발행을 오히려 줄이는 상태다.
지난 7월까지 대기업의 은행대출금은 마이너스 4385억원으로 은행에서 빌린 자금을 상당부분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청와대와 간담회 다음달인 6월에는 무려 1조8,264억원이나 상환함으로써 금리인하로 인한 설비투자 확대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어긋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등의 또 다른 자금조달 방법인 회사채 발행도 7월말 현재 -8,850억원으로 채권시장을 통한 차입도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전반적인 투자·고정비 축소 행진은 금리와 관계없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박사는 “금리인하가 발생하면 기업은 대부분 투자를 늘리는 것이 정상인데,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그러한 설비투자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는 잘못된 선택?
지속되는 저금리 정책에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가 전반적인 금리인상 시기에 소위 ‘금리 디커플링’이 발생하는 것은 외국자본 유출과 부동산 버블,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미국은 지난 6월30일 단기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FRB)를 0.25% 포인트 끌어올리며 ‘저금리 정책의 종언’을 시작했다면서 침체된 내수를 살리려면 콜금리를 내려야 할 것 같지만 금리인하의 기대효과는 제한적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LG경연은 또 외국과의 금리차가 좁혀진다는 의미는 한국 채권시장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경연도 지난해 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부동산 잡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금리인하로 토지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토지 버블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의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박 박사는 “금리인하는 물가가 하락하는 추세에 이뤄지는 것이 정상적인데 정부의 이번 발표는 물가상승시기에 일어났다”면서 “정부의 계획대로 소비위축이 해소된다면 이는 물가불안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 박사는 또 “최근 소비위축이 되는 것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하는 것조차 두려울 정도로 상황이 나쁜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