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텔레콤(SKT)와 한국통신프리텔(KTF)이 MP3 휴대폰의 개인파일 재생시간을 무제한으로 변경함으로 인해 이동통신사와 음반협회 등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MP3폰이 휴대폰 업계를 강타할 시점인 지난 3월 SKT와 KTF는 음반협회와 조율을 통해 저작권 침범을 최소화하기 위해 72시간 만을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엘지텔레콤(LGT)은 음반협회와의 협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사용시간에 제한이 없도록 공급, 이 같은 일이 불거졌다.
과당경쟁으로 저작권 무시?
MP3폰 출시와 함께 SKT와 KTF는 한국음원제작자협회와 협의를 거쳐 다운로드 받은 음악이 가수의 음반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72시간으로 사용시간을 한정했다.
그러나 휴대폰 업계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던 LGT는 음반업계와 충돌을 빚으면서도 MP3폰의 음악파일 무제한 재생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갔다. 이로 인해 MP3폰 가입자에서는 SKT 45만명(54.8%)에 이어 20만명(24.3%)으로 당당히(?) 2위를 지키고 있다. 최하위는 17만명(20.7%)인 KTF. LGT의 공격적 경영형태로 인해 그동안 음반업계와 타협을 유지해왔던 양 사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반면, 3월부터 음반업계의 지속적인 항의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존립을 걸은 LGT의 입장에서 물러나기가 어려웠다.
LGT 관계자는 이와 관련 “파격적인 방법이 아니고는 SKT, KTF와 정면대결해 승산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내년부터는 우리도 번호이동성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에 연말까지 무슨 수를 써서든지 가입자 650만명을 확보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태가 여기에 미치자 KTF는 1일부터 재생제한시간을 풀며 반격을 시작했고, 2일에는 SKT도 MP3폰으로 받은 파일의 사용시간을 해제키로 결정하는 등 음반업계와 마찰이 일고 있다.
음반 100만장은 옛 말
2000년 이후 침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음반업계는 이동통신사의 실력행사로 인해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한국음악산업협회에 따르면 음반판매 상위 100위안에 속하는 음반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리바다를 통해 홍역을 겪은 2000년만 하더라도 국내 음반판매 규모는 2,876만7,238장으로 평년작을 유지했지만, 인터넷 음악사이트가 늘어나면서 지난해는 945만1,746장으로 3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이동통신사가 음악파일을 무료로 다운받아 무한재생 사용할 경우 음반판매량의 감소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수의 인기와 실력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음반 100만장 판매가 2001년 GOD와 김건모 이후 명맥이 끊긴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음반판매량이 가장 많은 가수는 서태지의 47만8,975장으로 2000년 조성모의 음반 1개가 200만장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24.33%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지난 3월 발표한 이후에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코요태 6집은 24만7,838장으로 올해 음반시장은 50만장 돌파조차 어려운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음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음반시장은 소위 잘 나가는 가수를 정점으로 정 삼각형 형태를 띄었는데 MP3폰 보급 등으로 삼각형이 작아지고 상당히 얇아졌다”며 “과거 60∼70만장 정도를 팔면 톱 가수 수준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유명세를 타더라도 3만장을 못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법적분쟁으로 번질 듯
이동통신사와 인터넷의 무차별적 공격으로 침체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음반업계는 이번 SKT와 KTF의 무한재생을 계기로 법적 소송을 준비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LGT가 있는데 그에 대한 늑장대처가 이 같은 일을 불러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는 그동안 무료다운로드로 물의를 빚었던 벅스(주)와의 합의로 온라인 음악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유료화를 합의한 만 큼 이를 바탕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음제협 관계자는 “LGT가 가수협회와 음악저작권협회 등이 무한재생은 문제가 있다는 계속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것에 대해 법정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LGT의 무한재생은 3월에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여가 지난 상태에서 대응한 것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음제협은 “그동안 벅스뮤직과 소리바다 등에 중점을 뒀었고, 법적소송과 관련 2개월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통해 검토를 끝낸 상태”라며 대응방침을 분명히 했다. 또 SKT와 KTF의 피해부분과 관련해서는 “우리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저작권 침해부분에 대해 (보상이나 시정을)요구할 수 있는데 비해 이동통신사는 ‘공정거래법위반’ 등과 관련해 대처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을 행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음제협은 8월 30일 지난 2001년도부터 2004년 4월까지 벅스가 사용한 음원에 관한 음반제작자의 음원 사용료 총액 중 음반제작자를 대상으로 산정된 약 22억 2,000만원을 방송사용보상금 점유율로 분배하는 것으로 하고, 오는 12월 1일부터 벅스를 전면 유료화 하기로 합의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