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이 고향인 소설가 이청준과 시인 김영남, 화가 김선두가 나고 자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예술세계의 모태가 된 고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로는 산문으로 때로는 시로, 또 때로는 그림으로 표현된 장흥의 아름다운 풍경과 추억은 이농세대의 가슴속에 있는 고향의 이미지를 끌어낸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고향의 원형이기도 하다.
허기졌지만 배불렀던 시절
이청준 김영남 지음/ 도서출판 학고재/ 13,000원 |
아버지와 손위 형제들을 일찍 여의고 가세가 기울어 도망치듯 떠나온 고향은 이청준에게 아픈 상처다. 쉬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고 싶지도 안았던 고향. 그러나 다시 돌아온 고향은 ‘관용의 성지’였다고 그는 말한다.
김영남 시인의 고향 마을은 산과 산 사이에 장대를 걸치면 걸쳐질 것 같은, 산으로 빙 둘러싸인 곳이다. 그의 시 곳곳에는 산에 둘러싸인 마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입동 무렵이면 마을 아낙들이 모여 수다를 떨면서 김장을 담그고, 남은 배춧잎으로는 시래깃국도 끓여먹던 풍경이 그의 고향이다.
앞에 두 저자와 달리 김선두 화백에게는 아버지의 모습이 깊이 각인돼 있다. 교사였던 아버지는 학교를 그만두고 화가가 됐다. 화가란 직업은 경제적인 고통과 함께 가족과의 이별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중학교 무렵 서울에 올라올 때까지 조부모님과 함께 고향에 살았던 그는,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풍부한 자연환경에서 자랐고 그 자연 환경이 그의 미술세계에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에게 고향에 대한 기억의 공통분모는 ‘흠모할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저자들은 자신들을 업어 키운 고향의 산과 바다에서 어머니를 느끼고, 무 한 개라도 나누려는 이웃 어른의 모습에서 진정 고향이 무엇인지 느낀다. 그리고 같은 추억을 가진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 더 아름다운 곳이다.
세 저자에게 고향은 어머니의 얼굴이기도 하다. 당신의 아픈 속내만큼은 끝끝내 밝히지 않으려 하신 어머니, 아들에게 따뜻한 점심 한 끼 차려주지 못해 허망한 눈길로 바라만 보시던 어머니, 자신보다 자식들을 먼저 앞세워서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지만 아무 말씀도 없으셨던 어머니…. 이들 어머니의 모습은 곧 한국의 전통적인 어머니상 그것이다.
초등학교 무렵의 풍경은 어쩌면 우리가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허기지고, 억울하고, 넓은 세상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가득하던 시절.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멀어지던 꿈들에 대한 섬세한 스케치들을 보고 있자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핵심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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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물음표로 40부터 느낌표처럼 살아라 야성의 철학으로 일하라 독학자 |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