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양극화가 전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익성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것은 더 이상 화제가 아니다. 산업간 양극화 또한 크게 부각될 수 없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양극화가 전 산업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될 사안이 바로 근로자간 소득 불균형이다.
특히, 한 직장에서 같이 근무하면서도 남성과 여성이라는 차이로 인해 임금격차가 생기는 부분은 아직 해결해야 될 숙제로 남아있다.
월 급여 500만원 시대 돌입
올 6월말 현재 시가총액 기준 국내 20대 기업 남자 직장인의 월 평균임금은 400만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1년으로 계산할 경우 연봉이 5,000만원에 육박한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0대 기업의 평균 임금은 대부분 상승한 가운데 포스코와 한국전력공사 LG·필립스LCD, KT 삼성SDI 등이 일부 감소했을 뿐 나머지 15개 사는 남·여 모두 임금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는 SK의 상반기 남자직원이 평균 542만원을 받아 지난해 465만원에 비해 16.56%가 늘어나 가장 많았고, S-Oil은 457만원에서 533만원으로 16.63%가 상승했다. 지난해 카드사태 등으로 곤혹을 치른 외환은행은 471만원으로 평균 임금이 가장 많은 회사에서 올 상반기에는 9.55% 늘어나며 516만원으로 3위에 그쳤다.
하나은행은 453만원에서 505만원으로 11.48%가 오르면서 500만원 그룹에 합류했다. 그러나 급여 500만원 시대는 대부분 남성들의 얘기일 뿐 직장내에서 여성들에게는 멀게만 보이는 산이다.
급여 증가율 남성보다 낮아
이들 20개 기업의 남자직원 평균 급여는 405만원인데 비해 여성들은 64.94%에 불과한 263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남성대비 65.49%를 기록했던 것이 0.55%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급여 또한 남성은 368만원에서 405만원으로 10.1% 증가했지만, 여성은 241만원에서 263만원으로 9.1%에 그쳤다. 남·여간 임금격차는 인상률에서도 차이가 나고 있다.
신세계는 남성이 평균 293만원을 수령하는 것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9만원을 받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급성장한 기업으로 손꼽히는 SK도 여성의 급여가 263만원으로 48.52%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모 기업 관계자는 “여직원이 남직원에 비해 급여수준이 낮은 것은 평균 근속연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여성 계약직이 많으면 급여수준은 더욱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의 이러한 주장은 실제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여성의 평균 근속년수가 19.7년으로 18.1년의 남성에 비해 1.6년이상 많은 KT&G의 경우 남성은 483만원을 받는 반면 여성은 441만원으로 근무기간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가 낮았다.
SK텔레콤은 여성의 평균 근속년수가 7.9년으로 남성(8.5년)에 비해 6∼7개월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급여차이는 493만원과 368만원으로 130만원이 차이가 났다.
신세계 백화점도 남성의 근속년수가 4.6년인데 배해 여성의 근속년수는 3.4년으로 1년 정도뿐이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급여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등 아직까지 성차별이 해결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고과 등 공개해야
이러한 현상은 여성의 비정규직 증가와 함께 남성위주의 직장내 문화가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여성계는 여성의 비정규직 규모가 70.7%로 남성 53.3%에 비해 20%가량 많아 근속년수에 관계없이 임금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인사고과 또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성계는 지난 10년간 여성의 신규채용은 비정규직·일용직·파견직을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성우선해고, 여성우선 비정규직화 등이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여성계는 “남성과 여성 모두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정규직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여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성이 임금이 (남성에 비해) 낮은 것은 국내 기업의 고위직이 대부분 남성으로 이뤄진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출산문제 등으로 계속 근속년수가 남성에 비해 낮은 것도 임금격차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그동안 정착돼온 가부장적 제도가 직장내에서는 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동일 업종에 근무하고 근속년수가 비슷함에도 성차별로 인한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사고과를 모든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직장내에서 공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