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LGT)과 가수업계가 저작권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는 LGT가 한국대중음악비상대책협의회(대중음악비대협)와 지난 9월22일 MOU를 체결함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이에 대한 파장이 크게 번질 전망이다.
특히, 이통사와 가수업계가 음악다운로드 유료화 서비스에 대한 합의를 했으나, 이를 무시한채 4∼5개월간 무료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힌 LGT의 행동에 대해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LGT 음악산업 살리겠다
LGT는 지난 9월22일 한국음악산업협회(회장 박경춘), 한국음원제작자협회(회장 서희덕) 한국연예제작자협회(회장 안정대) 등 3개 음악관련 협회로 구성된 한국대중음악비상대책협와 MP3폰 활성화 및 한국 음악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공동 협조키로 하는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합의서에는 LGT가 음악파일 유료화 기반시스템을 개발하는데 협조하고, 대신 음원권리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위해 ‘온라인 음악시장 선순환 조성 및 음악시장 발전기금’을 조성키로 돼 있다.
음반시장 발전기금은 △대국민 계몽 캠페인 및 마케팅 활동 △유료화를 위한 기술(표준 DRM 도입, 과금 관련 기술 등) 개발 △저작권법 정비를 위한 연구과제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외에 LGT와 대중음악비대협은 인기 가수를 활용한 이벤트 및 콘서트를 전개함과 동시에 LGT MP3폰 사용자들이 유료 MP3파일을 쉽고 편리하게 사용 가능하도록 하며 차별화되고 다양한 MP3 관련 상품과 서비스등을 지속적으로 개발, 선보인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양해각서는 발표 두 달 전이 7월22일경에 작성된 것이고, 상호 협력을 밝히는 와중에 대중음악비대협이 SK텔레콤(SKT)과 KT프리텔(KTF)을 정면 공격하면서 사태가 불거지고 있다.
대중음악비대협은 “유료화가 전제되지 않은 SKT, KTF의 기한제한 해지행위는 저작권자 및 저작인접권자 등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기본정신 및 한국음반산업의 생존과 성장을 도외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가능한 법적 조치를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1년간 공짜로 쓰겠다?
이 같은 대중음악비대협의 입장이 알려지자, MP3폰을 제공하던 SKT와 KTF는 물론 음악저작권협회와 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등이 즉각 반발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당초 저작권을 침해한 LGT가 문제가 불거지자 음악산업의 대표라고 할 수도 업슨 대중음악비대협과 밀실합의를 통해 마치 그들만이 음악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돼 있다는 주장이다.
LGT가 SKT·KTF가 음악다운로드에 대해서 유로화하기로 합의한데 이어 무료 음악에 대해서는 재생시간을 72시간으로 한정했는데 이러한 합의를 깬 것은 LGT로 MP3 판매가 어느정도 이뤄지니까 이러한 대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또 발전기금이라고 하는 부분도 약 100억원 규모를 조성한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이 거세다
음악저작권협회 임학연 과장은 “LGT가 음악산업 발전기금 100억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각종 행사를 통해 얻는 수익금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기금은 출연금이 아니어서 실제 10억이 될지 아님 1,000만원도 안될지는 두고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임 과장은 또 “우리는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LGT가 SKT나 KTF처럼 유로화할 수 있는 EVOD시스템을 갖추는 것”일라고 일침했다.
임 과장은 “만약 이를 설치하기 위한 시간을 달라면 이해하지만, 그들은 기금을 명목으로 1년이라는 시간동안 무료로 사용하려고 한다”며 “LGT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향후 발전가능성이 풍부한 인터넷과 모바일 등에 대한 시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SKT·KTF 한달비용으로 1년치 챙기나
SKT와 KTF도 LGT의 이 같은 행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업계 3위였던 LGT가 MP3업계 2위로 급성장하는 동안 무료라는 것이 고객을 어필한 만 큼 이제 와서 음악업계를 살린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LGT와 음반비대협의 협상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 아닌 밀실 협상으로 그러한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KTF 관계자는 “LGT가 지난 4∼5개월간 MP3폰을 판매하면서 고객들에게 어필했던 부분은 무료로 음악을 다운로드 받아 무한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면서 “이를 통해 SKT와 KTF는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해 왔던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그들이 음악컨덴츠 시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KTF 신원수 부장은 “그동안 SKT와 우리는 이통시장에서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저작권 보호에 신경을 써 왔는데 LGT가 이제와서 자신들만이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LGT가 주장하는 100억원 기금조성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빛을 보이고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SKT와 KTF가 1개월 동안 음악컨덴츠로 저작권과 관련해 지출하는 비용이 30억원은 될 것”이라고 전제한뒤 “LGT가 100억원이라는 금액을 조성한다고 하더라도 이 가운데 35억원 정도가 저작권과 관련해 지출하는 비용으로 양사(SKT·KTF)의 한달 비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LGT와 음악비대협과의 협약은 잘못된 것이었던 만큼 이제라고 IT(정보통신)와 음악컨덴츠 발굴과 음반업계의 발전을 위해 공개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