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서부택사스중질유·WTI)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2일 배럴당 54달러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9월 공산품의 생산자 가격이 지난해 동월 보다 10%나 급등, 물가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유가추이를 그대로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대책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부 뾰족한 대책 없어
정부가 국제 유가인상과 관련해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 초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에 대비해 세워놓았던 각종 대책들 조차 시행을 포기하는 등 유가인상에 대해 팔짱만 끼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올 초 국제유가의 급등할 것이라는 진단이 국내외 연구기관에서 발표되면서 정부는 물가안정대책 가운데 하나로 두바이유 ‘10일 이동평균가격’이 배럴당 35달러가 넘어설 경우 교통세와 특별소비세 등 내국세 인하를 단행키로 했지만, 이를 시행 않기로 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마다 거론돼온 차량 10부제 운행이나, 야간 유흥업소 단속 등 기름 셀 틈을 제대로 막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대한석유협회 안병원 회장은 “1990년대에는 에너지 전담 부서인 동력자원부가 적극 나서 에너지 절약운동을 펼쳤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 나쁜데도 정부의 협조 요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저소비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고유가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산자부 관계자는 “차량 10부제 운영 등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시행이 어렵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고유가시대 적응력 키워야
이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내 놓을 수 있는 정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두바이유는 12일 38.31달러에 거래되면서 50달러가 넘는 WTI와 브랜트유에 비해 10달러 이상 가격이 낮아 유가급등에 대한 충격은 상대적으로 낮다.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내세울 수 없는 것은 두바이유가 나이지리아의 상황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산유국도 아닌 나라에서 국제 유가를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사실 정부가 고유가에 대해 내 놓을 수 있는 대책은 전무하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굳이 대책이라고 한다면 원유공급원의 다변화와 자주원유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또한 가능성이 있지만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이제는 적응력을 키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 붙였다.
또 김봉익 재정경제부 물가정책과장은 “하반기에는 공공요금 인상요인이 없다”며 “기왕에 가격이 오른 물품은 하반기 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