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는 마당에, 국가를 선과 악으로 나누지 말아야 한다는 보통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경고였으며, 이슬람 원리주의의 대 서방세계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옳고 그름을 나누기에는 인간은 너무 섞여 살았다.”
(‘한국인 탈레반’ 중, 9·11사태가 발생하자 이 책의 출판을 연기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정보장교였던 저자의 논픽션 소설
이창선 지음/맑은소리 펴냄/ 15,000원 |
‘한국인 탈레반’은 미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파키스탄 북한 등 세계 각국의 정보원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첩보전쟁의 삼각지대에서 미국 안보회사에 고용돼 사선을 넘나들며 역사의 현장을 직접 몸으로 부딪친 한 한국인 탈레반의 자전적 팩션(Fact+Fiction)소설이다.
저자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고등군사반과 한국 육군대학을 나와 파키스탄 지휘참모대학과 파키스탄 팔루치 주립대학을 수료했다. 특히 그는 국군 정보사의 해외정보업무와 대북우회공작업무를 담당했으며 기술정보 분석과 한미 군사교류 정보업무를 담당한 고급 정보장교였다. 이 같은 저자의 독특한 약력은 이 책에 고스란히 배어나온다. 종교와 이념의 문명충돌의 현장을 온몸으로 체득한 작가의 경험담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그야말로 사실과 허구의 중간쯤에 위치한 ‘팩션’인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이야기는 악마에 의해 조종돼 내적 투쟁의 의지가 소멸되어가는 과정을 아프간의 탈레반 혁명 기간의 외적 환경과 병행하여 기술하고 있다. 자기 탐구의 지렛대는 어쩌면 아무런 종교나 국가적 이념의 외적 영향이 없을 때 바른 자리에 놓여진다고 믿어진다”며, “자신을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는 그 힘과 결별하고 싶었다. 그러자 오히려 그 시점에서 교육에 의해서 성장한 반사면의 자아가 그 빈틈을 타고 오만한 권력에의 의지로 성장하였다. 그리하여 파멸에 이르는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다국적 인간이 참여한 종교적 학생(탈레반) 속에 있던 한 한국인이었다.” 저자의 서문에서도 드러나듯 이 소설은 국제적 갈등 속에 놓여진 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고독한 질문과 방황을 담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북한의 핵보유로 가져오는 한반도의 전략적 심리적 문제에 대한 진단이나, 파키스탄으로부터 북한에 이전된 핵 개발 기술과 아프간에서 북으로 넘어간 러시아 전술핵에 대한 추리 등 탄탄한 논거를 뒷받침한 국제 관계에 대한 각종 추론과 분석이다.
맑은소리 출판사의 박원석 편집위원은 “상상을 뛰어넘는 음모와 술수가 판을 치고 있는 이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에서 한국과 한국인들의 현주소는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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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