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공적자금으로 투입하고도 관리소홀로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 또한 국민의 혈세라는 것을 망각한 채 멋대로 자금을 활용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예보의 관리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솜방방이’라는 비난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공적자금 회수율 미미
최근 국정감사에서 예보가 외환위기 이후 지난 6월말까지 금융기관 통폐합과 구조조정 등을 위해 106조7,918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정작 회수금액은 24.58%에 불과한 26조368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44조1,002억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입한 은행권의 회수금액은 13조3,130억원으로 30.18%였다. 금융기관별로는 증권이 9조1,237억원을 투입했지만, 회수된자금은 3.82%인 3,482억원으로 저조했다. 보험도 19조3,558억원 가운데 4.91%에 그친 9,518억원을 회수했을 뿐이다. 종금도 21조3,837억원 중 5조711억원을 회수 23.71%였다.
그나마 회수가 많이 된 곳은 저축은행(47.38%)과 신용협동조합(53.15%)이었지만, 투입기간에 비하면 저조한 것은 별 차이가 없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부실금융기관에 출자한 자금 47조8,994억원 중 무려 14조9,574억원이 손실로 추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은행이 4조70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제일은행 2조5,903억원 현대투자증권(1조4,226억원) 동아생명 1조922억원 순이었다.
이와 관련 예보는 “장부가 기준 26조2,344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금융기관들이 정상화돼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투자손실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전액을 회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제일은행 등 19개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사후손실보전을 위한 출연과 자산매입 방식으로 투입한 공적자금이 10조원에 달하고, 예보가 파산금융기관의 예금주에게 금융기관 대신 지급한 대지급금이 35조1,200억원에 육박하는 등 국민의 혈세를 무차별하게 쏟아 부었다는 비난이다.
업무추진비 천%도 넘게 추진
정부가 혈세를 낭비하는 동안 이 금액을 지원 받은 금융기관은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챙긴 것으로 드러나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수협은행 대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7개 금융기관의 업무추진비가 한도액을 최고 1,062%까지 초과해 마치 공적자금을 자신들의 영업자금인 양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건비 또한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고 150.8%까지 늘어나는 등 부실금융기관이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업무추진비의 경우 연간 20억원 안팎으로 한도가 책정된 우리은행은 지난 2000년 이후 수십억원씩 초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우리은행의 업무추진비는115억1,600만원이었으나, 실제 한도액은 22억900만원에 불과해 93억700만원을 초과 사용했다. 이듬해에도 한도는 20억1,100만원억원인데 비해 실제 사용한 것은 38억6,600만원이었다. 2002년과 2003년에도 각각 61억3,300만원 44억1,300만원을 초과로 사용하는 등 MOU에 상관없이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우리은행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서울보증보험을 제외한 7개 금융기관이 4년간 430억4,700만원을 초과 사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태다.
임직원의 1인당 평균 보수 또한 연평균 두 자릿수가 증가하는 등 영업이익이 나더라도 공적자금을 갚는데 사용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데 더욱 신경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은 “한투증권의 경우 아직 한푼도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했고 경남과 광주은행도 공적자금 회수율이 10%도 안되는 상황에서 예보가 금융기관들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어 부실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1998년 이후 올 8월말까지 456개 금융기관이 파산선고돼 파산절차가 진행중인 금융기관에서 38억여원의 횡령사건이 벌어지는 등 도덕적해이가 금융권 전반에 퍼져있다는 지적이다.
솜방방이식 처벌이 문제
수익을 내고도 정부자금을 갚지 않는 등의 행태에 대해 ‘솜방방이식’ 처벌이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예보가 출범 3년만에 15조43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은 해당 금융권에 대한 부실관리와 함께 적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2001년 이후 MOU체결 기관에 엄중주의 이상의 조치가 내려진 것은 모두 25차례지만, 감사원이 해임요구한 황석희 사장·이충환 부사장·정기상 감사(이상 우리카드)만 해임조치가 이뤄졌을 뿐 나머지에 대한 후속 조치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보가 지주회사 자회사에 대한 MOU이행실적 점검을 서면으로만 실시하는 것도 부실을 키우는 원인이라는 견해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예보측은 자회사는 지주회사의 임점점검을 받기 때문에 자회사에 대해서는 서면점검만 실시하고 있다고 하나, 많은 경우 자회사가 불법과 편법의 온상”이라며 “지주회사와 자회사는 동일한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어 예보의 대답이 어떻게 가능한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은 “예보 관계자와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초래하면서 감사원으로부터 담당자들에 대한 엄중경고와 정년 면직 등의 제재와 일부 담당자에게는 손해배상책임추궁의 조치를 취했다”면서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 경고 등과 같은 솜방방이 제재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예보는 부실금융기관에 대해 부실경영에 대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고 있는데, 정작 자신 내부 임직원의 직무소홀로 국민의 혈세가 새는 것에 대해 솜방망이 제재에 그쳤다”며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