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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호주제, 남성의 삶도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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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호주제 폐지 가능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관련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현재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폐지와 존치 사이에 의견대립의 해결점을 보이지 않고 있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에 여성부(장관:지은희)는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책임연구원 서울대 인류학과 김광언 교수)에 의뢰해 ‘호주제의 사회·문화적 영향에 관한 연구’를 실시, 그 결과를 발표했다. 2004년 4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이번 연구는, △중국·일본과 비교한 호주제의 가족관계 및 가족문화적 측면 △한국남성이 경험하는 호주제의 의미 △호주제가 노동시장·조세제도 및 복지제도에 미친 영향 등을 조사, 분석했다.


이·재혼 가정 증가에 따른 시대적 요구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호주제가 해방 후에도 폐지되지 않고 존치된 이유는 분단과 전쟁, 폐허, 국가 재건으로 이어지는 급박한 시대적 상황 때문이다. 유교전통의 가족 이념과 제도가 국가가 당면한 상황에 적응하는데 적절한 기제를 제공하는 점이 있었고, 연좌제 등 정치적 통제를 실시하기 위해 호주제가 행정적으로 필요하기도 했다. 즉 호주제 존치 상황 속에서 가족은 국가를 위한 문화적 기제로서 중시되는 동시, 국가의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되는 이중적이고도 모순적인 입장에 놓여왔던 것이다.

호주제가 한국 남성들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면서 일상에 작용하고 표출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12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하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 남성들은 호주제를 상징적 의미나 명분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구체적 피해사례를 가지고 의견을 물었을 때는 폐지에 ‘호의적’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재혼가족은 성이 다른 아이들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특히 구조적인 취약성을 가진다. 호주제의 폐해에 대한 논의는 이·재혼 가족의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중심으로 많이 이루어져 왔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재혼 가족에 속한 남성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편부 가족의 가족관계적 취약성이 더 심각한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이들 가족의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날 한국가족은 제도와 혈연적 결속보다는 친밀성에 기초하는 집단으로 그 성격이 급격히 변하고 있으며, 민주적 가족관계와 가족문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호주제 폐지는 한국가족의 이러한 변화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남아선호 현상의 완화, 출산과 관련된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통제권 강화, 가족의 ‘폐가’ 부담으로부터의 자유, 한부모 가족과 이·재혼 가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완화 등의 효과가 예측된다.


남성가장 경제력 약해, 여성들 일과 가정 동시 책임

그렇다면 호주제와 노동시장의 변화와의 관계는 어떨까. 호주제가 구현하는 가족이념에 따르면, 남성가장은 가족의 대표자인 동시, 생계부양자가 된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해서 한국의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은 현실적인 경제적 기반이 매우 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의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의 경제적 토대가 취약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가족책임 전담 이상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여성들은 주부인 동시, 가족의 생계부양자가 되어야 하고 가족의 자산을 운영하여 재산을 확대시키는 등 이중 삼중의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제 폐지는 한국사회가 비현실적인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을 벗어나 양성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며, 실제로 경제활동을 통해 가족생활에 기여하고 있는 여성들의 현실을 왜곡하지 않는 인식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호주제는 호주 1인에게 전체 가족구성원의 부양의무를 지우고, 이를 위해 가족재산의 관리와 가족통솔의 권리를 통째로 호주에게 이양하는 봉건적·가산제적 가족경제 모델로 볼 수 있다. 이는 1990년 개정 이전의 민법에는 호주권과 함께, 호주의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 조항이 명문화되어 있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최근의 사회 변화 속에서 남성 1인 생계부양자 모델과 성별분업 체계가 현실적 기반을 잃어가고 있으나, 남성 가장과 그의 식솔을 돌보는 전업주부 여성이라는 호주제의 가족 이미지가 여전히 ‘정상적인’ 것으로 가정됨으로써 여러 가지 제도적 지체 현상과 경제관행의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


남계중심적 가족관념의 호주제

호주제적 구조와 특성, 가족범위 및 경계가 어떤 방식으로 복지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석해 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경우 실질적인 생활공동체를 중심으로 생계보장을 해야하는 공공부조가 호주제적인 가족 관념에 의해 왜곡되어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모자가정과 ‘출가한 딸’ 규정에서 실제 가족과 호주제 상의 가족 개념 간의 괴리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모자가정은 사회보장의 기본단위인 독자적인 가구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계혈통의 질서에 따라 시가와 친정을 오가는 친족단위 속에 재편입되며, ‘출가한 딸’의 경우 여전히 남편의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것은 호주제의 남계중심적 가족관념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호주제적 가족제도와 문화는 모자가정의 복지필요를 ‘요보호 여성’의 범주나 빈곤정책의 하위범주로만 포섭할 뿐, 독자적인 가구유형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복지체계가 배타적 혈통주의적인 호주제에 토대하고 있음으로 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집단은 소년소녀가장과 요보호아동과 같이 ‘정상적’ 가족의 울타리에 포함되지 못하는 아동들이다. 따라서 호주제에 의해 중층결정된, 혹은 호주제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가족 개념 및 정책의 총체적 재점검이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호주제 존치 논리, 과학적 근거 없어

현행 호주제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도이며, 호주제 존치를 고집하는 논리는 어떠한 과학적 증거도 제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 현행 호주제는 부계혈통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자연계에서 번식의 주체는 암컷이기 때문에 부계혈통주의는 매우 인위적인 현상이다. 이는 부계 혈통 자체가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는 세대를 거듭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편 현행 호주제는 남성의 삶 역시 구속하는 제도다. 첫째, 다른 나라의 남녀 사망률을 보면 20~30대에서 큰 차이를 보이다가 40대에 들면서 비슷해지는데, 우리나라의 남성사망률은 40~50대에서 치솟는 매우 특이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 중년 남성의 사망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가부장으로서의 권위를 누리는 동시에 중압감을 짊어져야 하는 남성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가부장제의 제도적 핵심을 이루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남성 사망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둘째, 현재 한국 남성의 삶의 질과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그들이 갖는 가장으로서의 책임 때문에 아버지로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행복을 누리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부장의 권위를 포기함으로써 남성의 삶의 질은 오히려 향상될 것이며, 호주제 폐지는 이를 촉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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